[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채안펀드인가

김종용 기자 2024. 1.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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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정책 금융 역할을 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대기업 회사채만 매입하는 게 맞을까요?" 최근 만난 크레딧 시장 전문가의 말이다.

채안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처음 시행됐다.

그러나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의 주인공인 A급 이하 비우량물은 채안펀드의 덕을 볼 수 없다.

채안펀드는 말 그대로 채권 시장의 안정을 위해 운용하는 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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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정책 금융 역할을 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대기업 회사채만 매입하는 게 맞을까요?” 최근 만난 크레딧 시장 전문가의 말이다. 그는 그동안 채안펀드의 성과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대기업 지원 펀드로 전락한 채안펀드가 과연 시장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다.

채안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처음 시행됐다. 이후 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올 때마다 정책 펀드로서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약 3조원 규모로 조성된 채안펀드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직후 재가동하면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의 주인공인 A급 이하 비우량물은 채안펀드의 덕을 볼 수 없다. 채안펀드의 공모 회사채 매입 대상을 AA등급 이상 우량물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그 덕에 롯데그룹과 SK그룹 등 대기업들만 채안펀드의 혜택을 받았다. 롯데그룹은 작년 초에만 채안펀드로부터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받았다. 일부는 채안펀드 덕에 미매각을 면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만기 회사채 규모는 46조5000억원이다. 이중 신용도가 낮은 비우량 등급의 만기 도래 규모가 올해 15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한다. 올해 2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만 24조원어치라고 한다. 지난해 10월 말까지 채권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발행사 다수가 올해 초로 발행을 미뤄둔 회사채 물량도 겹쳤다. 수급상 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채권·단기자금시장 경색에 대비해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는 선에서 우량물 위주로만 매입한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인한 국채 금리 하락이 AA등급 이상의 우량 등급 회사채에 대한 매수세를 확대시키더라도,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까지 그 온기가 확산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AA등급 이상 3년물 이하 공모채를 주로 매수하는 채안펀드의 필요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안펀드는 말 그대로 채권 시장의 안정을 위해 운용하는 펀드다. 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크레딧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양극화의 장기화”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채안펀드가 이름 그대로 채권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다면 비우량물에도 유동성을 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단기적인 자금 경색으로 흑자 도산의 가능성이 있는 강소기업을 지원한다면 공적 기능이라는 당위성도 충분히 챙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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