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자 못 구해요"…중대재해처벌법 확대에 영세건설사 '발 동동'

고가혜 기자 2024. 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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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공사비 50억원 미만 건설업체에도 확장 시행
전문건설업체 96.8% 준비 못해…"방대하고 모호한 의무"
'유예 기간 연장' 국회 논의 답보상태…"폐업 속출할 것"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대한전문건설협회와 함께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96.8%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안전관리체계 구축, 인력·예산 편성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종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치를 마친 기업은 3.2%에 그쳤다.(자료 제공=대한전문건설협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일단은 안전관리자를 구하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안전·관리 업무 활동을 하려면 안전관리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대기업들이 워낙 안전관리자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 보니 영세 업체에는 오려고 하지도 않고, 구한다고 해도 페이를 맞춰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전문건설업계 관계자)

공사비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세 전문건설업계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직원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장 시행될 예정이다.

당초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2년 1월27일 시행되면서 공사비 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의 유예기간을 뒀는데, 3일 뒤 그 유예가 풀리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공사비 5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도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최소 1명 이상 둬야 한다. 또 중대재해 발생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전문건설업계에서는 중처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안전관리 준비 여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대한전문건설협회와 함께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96.8%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안전관리체계 구축, 인력·예산 편성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종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치를 마친 기업은 3.2%에 그쳤다.

전문건설사들은 준비가 미흡한 이유로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67.2%) ▲비용부담(24.4%) ▲전문인력 부족(8.4%) 등을 들었다. 또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건설업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을 제외(51.5%)하거나 3년 유예(26.5%)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모호한 규정이 너무 많고 외부의 단기 지원만으로 전문건설사가 의무이행을 하는데 어려우므로 최소 2~3년은 법 적용을 유예하고, 안전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 모색과 함께 영세 기업 실정에 맞도록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 역시 "중소기업들은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데 기업 규모별·산업별 특성 등 현실적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법을 적용하면, 그에 따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날 수 있다"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는 것도 불공평하다. 현장의 안전과 보건 확보는 어디까지나 예방책이지, 직접적 사고 발생 원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정윤모(왼쪽 세번째)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및 중기중앙회 회장단이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호소 중소기업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2024.01.23. myjs@newsis.com


한편 국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마지막 유예 기회인 오는 25일 1월 임시국회의 본회의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날까지 법 유예와 관련해 여야 간 합의가 될 가능성이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현재 정부·여당은 중소·영세사업장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유예 기간 2년 연장을 촉구하며 1조5000억원을 투입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냈지만, 야당이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해당 논의는 답보 상태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문건설협회가 동참하고 있는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전날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따른 중소기업의 폐업과 근로자 일자리 상실 걱정만큼 중요한 민생은 없다"며 "여야가 다시 한번 협의에 나서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중기업계는 "50인 미만 사업장 대상 중대재해법 시행이 나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유예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대로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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