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매일 내리다 딱 하루 ‘찔끔 반등’한 SK이노베이션... 앞으로도 만만찮다
이차전지주 줄줄이 약세 영향
본업 정유 부문도 부진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단 하루도 오르지 못했던 종목이 있다. 1월 2일 0.07% 하락을 시작으로 3일 4.21% 급락했고, 그 이후로도 하락을 이어갔다. 개인은 당연히 낙폭 과대라고 생각하고 22만주나 사들였다. 하지만 하락은 진정될 기미가 없었다. 17일(3.68%), 18일(1.10%), 19일(2.57%)에는 매일 1~4% 하락하더니 22일엔 ‘무려’ 4.67% 추락했다. SK이노베이션의 얘기다.
SK이노베이션은 전날(23일)에야 국제유가 급등 소식 등의 영향으로 새해 들어 처음 빨간불이 커졌다. 하지만 상승 폭은 크지 않다. 1.39% 반등하긴 했으나, 새해 들어 낙폭이 20%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악재로 다른 이차전지주와 함께 하락세를 보였다. 그런데 SK이노베이션의 장점이자 약점이 정유사업이 같이 있다는 점이다. 하필이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정유 사업 또한 올해 고전하는 양상이다. 증권가에서는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수익을 올릴 때까지 주가가 큰 폭으로 뛰기는 어렵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K이노베이션은 전일 대비 1500원(1.39%) 오른 10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날도 장 중 10만75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최저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상반기 10만원 중후반대에 머물던 주가는 작년 10월 10만원 초반대까지 내려오더니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1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달에만 52주 최저가를 5번이나 경신했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주가 하락률은 21.7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 7.16%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이차전지주가 줄줄이 내린 영향이 컸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이차전지 관련주로 묶인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 관련주는 자연스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리튬과 니켈 등 이차전지의 핵심 원자재 가격이 폭락한 것도 이차전지 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하나증권은 SK온이 작년 4분기 2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직전 분기보다 손실 폭은 줄었지만, 배터리 판매 가격이 하락한 데다 판매량도 부진하면서 흑자 전환은 먼 얘기가 됐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도 이차전지주에 불안 요인이다. 이차전지 기업에 혜택을 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지속 여부가 대선 결과에 달렸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작년 8월 도입한 IRA에 따라 국내 이차전지 업체는 세액공제 등 수혜를 입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IRA가 폐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폐기를 주장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본업인 정유 부문이 부진한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유 부문은 SK이노베이션의 전체 매출에서 6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신한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이 지난해 4분기 25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제 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과 유가가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전날은 달랐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유류 창고 공격 소식에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2%대 급등한 영향으로 주가 반등에 성공했다. 22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78달러(2.42%) 오른 배럴당 75.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배터리 사업은 여러 측면에서 단기간 내에 반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성장률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배터리 부문의 수익성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오펙플러스)의 특별 감산이 연장된다고 해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많다. 비협의체인 미국, 브라질의 생산량이 늘고 있고, 경기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OPEC+가 특별 감산을 시행했지만, 그래도 유가는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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