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엔화 바꿔줄게요" 당근마켓 거래 후…내 계좌가 막혔다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외화 환전을 했다가 금융사기 거래 의심 계좌로 등록돼 계좌가 동결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대면 거래라 할지라도 개인 간 거래시 주의가 요구된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제3자 사기'를 저지른 보이스피싱 일당을 수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제3자 사기란 범죄조직이 대포폰 등을 사용해 돈을 입금하거나 보이스피싱으로 포섭한 피해자를 통해 돈을 보내게 한 뒤 중간에서 금품을 가로채는 수법을 말한다.
인천에서 사업을 하는 김모씨(28)는 지난 8일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엔화를 한화로 바꾸는 거래를 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개인간 거래를 통해 환전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의도였다. 김씨는 당시 환율로 한화 458만원에 해당하는 엔화 50만엔을 환전하려 했다. 이전에도 같은 플랫폼을 통해 위안화를 한화로 환전해 본 경험이 있던 김씨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김씨의 게시물을 본 A씨가 50만엔을 모두 환전해주겠다며 연락이 왔다. 이튿날 오후 3시쯤 김씨와 A씨로 추정되는 남성이 김씨의 사무실 건물 앞에서 만났다. 해당 남성은 검은 정장을 입은 채 약속 장소에 왔다.
현금이 아닌 계좌 이체로 한화를 받기로 한 김씨는 A씨가 돈을 송금할 때까지 기다렸다. A씨는 5~10분 정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가 김씨에게 돈을 입금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A씨가 입금한 458만원을 확인하자마자 A씨에게 50만엔을 건넸다.
문제는 지난 10일 발생했다. 김씨의 모든 은행 계좌가 막힌 것이다. 전날 A씨와 거래한 계좌가 보이스피싱 의심 통장으로 신고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당황한 김씨는 은행과 경찰서를 찾았고 김씨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것 같다는 정황을 듣게 됐다.
뒤늦게 알고 보니 김씨가 A씨를 만났을 때 A씨는 김씨의 계좌번호를 보이스피싱 피해자인 B씨에게 보냈다. 그 사이 A씨는 B씨에게 아들인 척 행세한 뒤 김씨 계좌번호를 보내주며 458만원을 송금하라고 했다. A씨와 B씨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고 A씨에게 속은 B씨가 김씨에게 돈을 보내 김씨의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활용된 것이다.
김씨의 계좌가 막힌 날은 김씨가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세금과 공과금까지 내야하는 날이었다. 김씨는 "사고 계좌로 등록되면 출금을 못하게 돼 일일이 돈을 보낼 곳에 가상 계좌를 받아 입금해야 했다"며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범죄에 연루된 것 같아 억울하다"고 밝혔다.
또 주거래 은행에 방문한 김씨는 은행 관계자로부터 사건이 아직 경찰에 접수되지 않아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B씨가 사건을 접수해야 김씨의 계좌 정지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면식도 없는 B씨와 연락할 방법은 찾을 수 없었다.
사건 발생 후 2주간 모든 계좌가 막힌 상태로 지내야 했던 김씨는 지난 22일이 돼서야 계좌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B씨가 지난 17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사건 접수하면서다.
하지만 사고 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 복잡했다.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에 김씨가 올린 게시글과 대화 내용, 거래 내용뿐 아니라 거래 당일의 행적까지 스스로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거래 은행에 제출해야 할 서류들이 상당히 많았다"며 "증빙을 위해 거래 당시 CCTV(폐쇄회로TV)까지 발품을 팔며 모두 구해야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일어나는 사기 사건이 많이 접수되는 추세"라며 "특히 최근에는 범죄조직이 대포통장을 만들지 못하자 별개의 범죄를 이용해 계좌를 취득한 후 이를 보이스피싱 거래에 이용하고 있다. 환전은 시중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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