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 비서국' 꽉꽉 채운 北…軍 핵심 리병철 해임 등 '회전문 인사'는 여전
좁은 인력풀에 해임·재기용 반복…2022년과 구성원 거의 동일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올해 개편된 북한 노동당 비서국의 인원이 김정은 총비서를 포함해 총 9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또 군부 핵심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당 비서직에서 또다시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
2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1일 당 비서들과 함께 사망한 최태복 전 최고인민회의 의장의 빈소를 찾았다.
영상과 사진을 보면 기존 당 비서인 조용원(조직), 리일환(선전), 김재룡(규율), 오수용(경제), 박태성(과학교육)과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새로 당 비서로 발탁된 박정천(군정·추정), 조춘룡(군수·추정), 전현철(미식별) 등 8명이 김 총비서와 동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빈소에 나타나지 않은 기존 당 비서 중 유일한 인물은 리병철이다. 북한은 '연말 전원회의' 인사 보도에서 일부 당 비서를 해임했다면서도 해임 비서가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로 미뤄 리병철이 해임된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의 비서국은 분야별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을 지도, 통제하는 핵심 협의체다. 정치국이 정책 기조를 정한다면 비서국은 집행부서들을 지도하며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고 이를 정치국과 최고지도자에게 보고한다.
이번 인사의 두드러진 특징은 해임과 강등, 재기용을 반복하는 북한식 '회전문 인사' 기조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점이다. 짧게는 해임 6개월 만에 다시 기용되며 복귀 속도도 빨라지는 추세다.
특히 북한 군 서열 1~2위에 해당하는 리병철과 박정천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비서, 정치국 상무위원 등 요직에 거의 번갈아 가며 해임과 재기용이 반복됐다.
박정천의 경우 2021년 9월 당의 핵심 권력인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비서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군 서열 1위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하다가 지난해 1월 돌연 해임됐다. 이후 같은해 8월 군정지도부장으로 돌아왔다가 이번 인사에서 당 비서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다시 맡았다.
리병철은 반대로 지난 2021년 방역 문제로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비서 등 모든 자리에서 내려왔다가 이듬해 다시 복귀했고 이번에 당 비서에서 또 물러났다. 다만 신년경축공연이나 최고인민회의 등에 빠짐없이 참석한 것으로 미뤄 강등보다는 교체에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중앙군사위 부위원장도 아직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통인 전현철과 오수용도 돌아가며 자리를 맡고 있다. 전현철은 지난 2022년 6월 경제부장과 당 비서에 임명됐다가 1년 만에 해임됐고 이어 6개월 만에 같은 자리에 기용됐다. 오수용은 반대로 2022년 6월 당 비서와 경제부장에 해임됐다가 1년 만인 지난 6월 같은 자리로 복귀했다.
이 때문에 각각의 인물들은 부침을 겪었지만 당 비서 전체 구성을 보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22년 6월과 비교하면 오수용 당비서를 제외하고 모든 인물이 지금 비서국 구성과 동일할 정도다.
회전문 인사가 잦은 것은 북한의 좁은 인력풀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수의 엘리트 그룹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체할 새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아 이미 검증된 인원을 돌려 쓴다는 것이다.
이번 비서국 개편의 또 다른 특징은 구성인원이 9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를 열어 정무국을 폐지하고 비서국을 복원했는데 비서국이 9명이었던 적은 없다.
이는 그만큼 올해 할 일이 산적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국경 봉쇄가 지난해 해제됐고 올해부터는 인적, 물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러시아와의 교류 협력 강화로 국방, 관광, 경제, 스포츠, 문화 등 다방면에서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식량 문제 해결 등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 과업이 산적하다. 비서국에 오수용과 전현철을 번갈아 가며 쓰다가 두 명을 동시에 둔 것도 경제난 해결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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