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에 집착'하는 편의점 알바생…'대박' 게임 만든 우수직원 됐다

최우영 기자 2024. 1. 24.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팔월드 출시 나흘만에 '동접 129만명'
/사진=포켓페어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얼리액세스(미리해보기) 나흘만에 동시접속자 129만명을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게임 '팔월드(Palworld)'의 개발 비화가 공개됐다. 팔월드 제작사인 포켓페어의 미조베 사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2년 전 개발진의 에이스를 섭외한 과정을 공개하며 이 과정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24일 미조베 사장의 블로그에 따르면 포켓페어는 사원 10여명의 작은 회사다. 그는 "팔월드는 젊은 개발자들에 의해 축복받으며 태어난 게임"이라며 "우연히 채용한 젊은 멤버가 우연히 비정상적으로 우수했다"고 전했다.

팔월드는 TPS(3인칭 슈팅게임) 서바이벌 장르에 수집 요소를 더한 게임이다. 포켓몬과 유사한 '팔'을 수집해 전투를 하고 일을 시킬 수 있다. 미조베 사장은 "팔월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총"이라며 "팔월드 기획 초기부터 총으로 쏘는 플레이를 메인으로 두기로 했으나, RPG(역할수행게임)에 집중된 일본에서 (TPS 개발)경험자를 채용하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테마를 총으로 좁히고 트위터에서 검색을 하다가, 총을 재장전하는 애니메이션만 죽어라 업로드하는 사람을 발견했는데 비정상적인 집착이 있어 보였다"며 "팔월드는 총에 집착하는 사람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본어로 트윗과 DM을 보내봤다"고 말했다.

미조베 사장은 그와 연락이 닿자마자 "업무를 같이 진행하자"고 제안하며 게임업계 경력이 있는지 물어봤다. 올라온 영상들로 볼 때 게임업계 또는 최소한 애니메이션이나 CG(컴퓨터그래픽)업계 경험자일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이윽고 돌아온 답장을 본 미조베 사장은 놀랐다. 상대방은 "오로지 취미로 영상을 만들고 있고, 업계 경력이 전무하다"고 답했다. 소속 회사를 묻는 질문에는 "홋카이도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이나 툴의 사용법은 모두 유튜브를 통해 독학했다는 충격적인 고백도 이어졌다. 영어는 FPS(1인칭 슈팅게임)를 플레이하며 자연스레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조베 사장은 그의 실력을 파악하기 위해 팔월드 데모 영상을 주면서 개선사항을 듣기로 했다. 그는 "편의점 근무시간이라 제때 답장하기 힘들다"면서도 25분 후에 해당 영상을 초 단위로 끊어서 분석한 장문의 리뷰를 돌려줬다. 미조베 사장은 "글에서 열의가 묻어나오고, 지적 내용에도 타당성이 있었다"며 "평소 FPS를 장시간 플레이하고, 애니메이션에 집착하는 이런 사람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미조베 사장은 곧바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20세에 중졸 학력인 것도 알게 됐다. 미조베 사장은 계약 이후 1달 간 함께 일하면서 그가 공손한 태도에 빠른 암기력을 지니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모습을 봤다. 포켓페어 직원들은 미조베 사장에게 그를 정직원으로 채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미조베 사장은 "편의점 알바, 20세, 중졸 여부는 게임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상관이 없었지만 현재의 성숙해진 업계에선 유감스럽게도 상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포켓페어에서는 상관 없이,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미조베 사장은 그에게 도쿄로 와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으나, 그의 부모님이 '수상한 사기'일까봐 불안해했다고 한다. 갑자기 스무살의 중졸 편의점 알바생에게 도쿄의 이름 없는 게임업체가 건넨 정규직 채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행기표를 끊어주며 우선 2~4주간 도쿄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식으로 제안을 조정했다.

미조베 사장은 "그가 도쿄에서 업무를 시작한 뒤 작업이 더 빨라졌고, 실제로 대면하며 일해보니 역시 우수한 인재였다"며 "그도 정식으로 편의점을 그만 두고 포켓페어에서 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조베 사장은 "2년이 지나면서 그의 재능은 더 우수해졌고, 총 애니메이션에서 그치지 않았다"며 "효과음의 조정, 언리얼엔진의 블루프린트라는 로직 구축, 모션, 아트워크, 카메라워크 등을 다 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조베 사장은 "그와 만날 수 있었던 기적에 감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9일 출시한 팔월드는 스팀에서 사흘만에 판매량 400만장을 돌파했다. 지난 22일에는 동시접속자 129만명을 기록하며 유료게임 역대 2위에 올랐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