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된 루키시즌 보낸 ‘벌랜더의 후계자’ 브라운, 올해는 날아오를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벌랜더의 후계자는 날아오를 수 있을까.
2022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우승 후 맞이한 겨울에 에이스와 결별했다. 바로 2017년과 2022년 두 번이나 휴스턴을 우승으로 이끈 저스틴 벌랜더다. 벌랜더는 2022시즌 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와 통산 3번째 사이영상을 거머쥐었지만 휴스턴은 벌랜더와 과감히 헤어졌다.
벌랜더와 결별에는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운 뉴욕 메츠의 존재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젊은 투수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2022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1998년생 영건 헌터 브라운이 그 주인공. 물론 신인급 선수가 벌랜더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자리를 마련하고 기회를 줄만한 가치는 충분하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휴스턴이 2019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지명한 브라운은 2022년 9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드래프트 상위 라운더였지만 빅리그 무대를 밟기 전까지는 TOP 100 평가를 받는 선수도 아니었고 마이너리그 성적도 평범했다. 싱글A와 더블A에서 모두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브라운은 트리플A에서 34경기 평균자책점 2.98로 발전한 모습을 보였고 2022시즌 메이저리그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른 브라운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데뷔전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승리를 거뒀고 두 번째 등판에서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6이닝 2실점으로 제압하며 연승을 기록했다. 선발등판은 두 번 뿐이었지만 이후 불펜에서 5차례 더 등판한 브라운은 불펜에서 소화한 8.1이닝을 7피안타 무실점으로 지켰다. 데뷔 첫 7경기 기록은 20.1이닝,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0.89.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했다. 브라운은 2022년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포함돼 우승 반지도 꼈다.
브라운의 매력은 또 있었다. 바로 휴스턴이 떠나보낸 에이스 벌랜더와 '닮은 꼴'이라는 점이다. 체격은 벌랜더보다 조금 작지만 벌랜더를 빼닮은 투구폼을 가졌고 투구 스타일도 벌랜더와 유사했다. 벌랜더와 마찬가지로 타점 높은 하이 패스트볼과 커브, 슬라이더를 조합해 타자를 상대하는 브라운은 '리틀 벌랜더', '벌랜더의 후계자'로 불리기 충분한 요건들을 갖추고 있었다.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된 지난해 브라운은 초반 맹활약했다. 조금 기복은 있었지만 4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선발등판해 3승,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했다. 세 번의 승리가 모두 7이닝을 무자책점으로 막아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였다. 그렇게 브라운은 빠르게 벌랜더의 뒤를 잇는 듯했다.
하지만 5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5월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78에 그친 브라운은 6월 4경기 평균자책점 3.65로 조금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7월부터는 계속 무너졌다. 후반기 성적이 14경기 평균자책점 6.57에 그친 브라운은 첫 풀타임 시즌을 31경기 155.2이닝, 11승 13패, 평균자책점 5.09로 마쳤다. 시즌에 앞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됐지만 근접하지도 못했다.
9이닝 당 3.2개 정도의 볼넷을 허용하는 브라운은 제구력이 아주 뛰어난 투수는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컨트롤 문제가 발목을 잡는 선수도 아니다. 강력한 속구와 예리한 커브를 앞세워 9이닝 당 10개 정도의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도 있다.
문제는 '컨트롤'이 아닌 '커맨드'였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은 나쁘지 않지만 '하이 패스트볼과 낮은 변화구' 공식을 확실히 지킬만한 커맨드는 부족했다. 커브를 떨어뜨리는 능력은 있었지만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곧 강한 타구로 이어졌다.
비록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풀타임 선발투수로 한 시즌을 치른 경험은 큰 자산이다. 지난해 풀타임 경험을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고 성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브라운은 아직 25세의 젊은 투수. 불펜으로 나선 포스트시즌에서는 4경기 7이닝, 평균자책점 2.57로 좋은 피칭을 했다. 어린 나이에 벌써 두 번의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것도 강점. 통산 포스트시즌 7경기 10.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한 브라운은 '빅게임 피처'의 잠재력도 있다.
지난해 경험을 쌓은 만큼 올해도 브라운은 선발진에서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은 지난 여름 벌랜더와 재결합했지만 벌랜더는 곧 41세가 된다. 예전과 같은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다. 올해 계약이 끝나면 팀을 떠나거나 유니폼을 벗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휴스턴 입장에서도 브라운이 올시즌 확실한 선발투수로 입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
재능은 충분하다. 과연 호된 루키 시즌을 보낸 '벌랜더의 후계자'가 올해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을 강자' 휴스턴의 2024시즌은 브라운의 활약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자료사진=헌터 브라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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