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경성크리처’ 최영준 “8일동안 물만 마시고 몸무게 57Kg까지 감량…사람들이 못 알아봐”

함상범 2024. 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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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사진 | 에이스팩토리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이제는 사람들이 한 번에 알아봤으면 좋겠는데, 계속 못 알아봐요. 뭔가 아쉬워요.”

배우 최영준을 직접 아는 사람들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경성크리처’를 보고 그가 출연했는지 정확히 몰랐나 보다. 일본 의사이자 군인으로 크리처를 창조한 가토 역을 위해 무려 15kg을 감량했고, 평소 쓰지 않던 안경까지 착용해서 그런 듯하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2022) 방호식이나, tvN ‘패밀리’(2023)의 무사를 연기할 때는 꼬장꼬장한 인상이었던 것과 달리 가토는 엘리트의 냉철함과 날렵한 면모를 갖춰야 했다. 게다가 살도 많이 뺐던 터라 주위 사람들조차 잘 몰라봤다고 했다.

최영준은 “몸무게가 57kg까지 빠졌다. 8일 동안 물만 마시고 굶으니 7kg 정도 빠졌다. 가토가 광기가 있는 예민한 인물이다 보니까, 잘 맞았던 것 같다”며 “사실 평소에 내 얼굴을 잘 못 알아본다. 대학로에서 그렇게 친하지 않은 아는 사람이 보이면, 일부로 얼굴 보여준다. 못 알아보면 그냥 지나가고, 아는 척하면 인사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영준. 사진 | 넷플릭스


가토는 ‘경성크리처’의 핵심 빌런이다. 이른바 모성 실험을 통해 크리처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자신이 만든 크리처에게 동료 군인들이 죽는데도 꿈쩍도 안 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전쟁을 치를 계획도 없다. 그저 크리처를 만들었다는 과학자적 성취만 있는 인물이다.

“저는 가토가 악역보다 우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만약 현대에 태어났으면 정말 좋은 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시대를 잘못 만난 거죠. 괴물을 전쟁 무기로 사용하자는이치로(현봉식 분)의 제안은 싫어했어요. 피조물에 대한 이상한 애착이 있는 거죠. 나약한 인간은 청소되고 내가 만든 크리처의 세상이 올 거라 여기면서 연기했어요.”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연기한 최영준은 자신이 맡은 인물에 깊이 스며드는 훈련이 돼 있다. 분명 악의 위치에 있는 인물인데, 정말 악한 인간인가 싶은 포인트가 있다. 인물의 이면을 염두에 두는 최영준의 계산된 전략 덕분이다.

“가토 같은 인물은 연기가 어려워요. 전사 없이 이런 인물이 돼버린 거죠. 이 사람이 부조리한 건 맞지만, 그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었어요. 사이코패스나 연쇄살인범 연기를 하면, 스스로 미쳐있거나 치우친 연기를 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가토는 정말 나쁜 게 맞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공연할 때도 가토 같은 역할은 없어서, 희열이 있었어요.”

최근 작품에서 100% 외국어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늘어났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시민덕희’ 조선족 출신 봉림 역의 염혜란, 그리고 ‘경성크리처’의 수현, 현봉식, 최영준 등이다. 최영준은 “100% 외국어 연기를 접하면서 힘든 점이 적지 않았다. ‘아리가또’랑 ‘스미마셍’밖에 몰랐다. 수업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했다. 단시간에 유창해야 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최영준. 사진 | 에이스팩토리


최영준은 tvN ‘아스달 연대기’(2019),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로 이름을 알린 뒤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과정에서 연극 무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무려 네 편의 연극에 참여했다. 스스로 무리한 스케줄이라 할 정도로 노력을 많이 했다.

“‘기억상실증 환자도 아닌데, 왜 또 연극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어요. 아직 연극판에서 원하는 만큼 작품을 하지 못한 채 TV로 넘어왔거든요. 그 미련이 있는 것 같아요. 뜨겁게 만났다가 헤어지는 희열이 있어요. 동료들과 깊게 교류도 하고요.”

최근엔 연극 ‘이기동 체육관’ 무대에 오르고 있다. 복싱을 소재로 한 스포츠 연극으로 후배 연기자들과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최영준은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교감을 나누는 것에 만족감이 크다고 했다.

“다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커요. 어떻게 오디션을 붙고 TV나 영화 연기를 할지 생각해요. 저보고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이렇게 못 할 것 같아요. 20년 성실히 근속해도 집을 못 살 수 있는 거잖아요. 사실상 운이지만, 배우라면 운이라고 쓰고 실력이라고 읽어야 해요.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고, 정진해야죠. 2~30대를 돌아보면 끈기가 없었고, 일을 사랑하지 않았어요.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 되돌아보니 알 것 같아요.”

최영준. 사진 | 에이스팩토리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데 여러 이유가 있다. 인물을 그려나가는 것에 대한 희열이나, 많은 사람과 한마음 한뜻으로 하는 협업도 배우라는 직업이 주는 쾌감 중 하나다. 현실적인 부와 명예도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강점이다.

최영준은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알고 싶다. 그 욕망으로 공부와 수행을 하듯 연기한다. 이런 마음으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 연극이나 드라마나 원하는 만큼 연기하진 못했다. 한이 풀어질 때까지 열심히 달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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