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 MMF 찾는 기업들… 랩·신탁 대신 뭉칫돈 몰린다

이지운 기자 2024. 1. 24. 05: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조사 후 증권사 랩·신탁 자금은 이탈
연초 머니마켓펀드(MMF)에 거액 자금이 몰리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머니마켓펀드(MM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기업들은 통상 좀 더 나은 수익률을 위해 증권사 랩(wrap)·신탁 계좌에 자금을 담아두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불법 운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MMF를 찾는 기업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 MMF 총잔액은 182조3669억원으로 지난해 초 151조6091억원 대비 20.28%(30억7578만원) 늘었다. 지난해 말(169조8309억원)과 비교해도 7.38%(12억5360만원) 늘어난 수준이다. MMF 잔액의 대부분은 법인 자금이다.

자산운용사의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등 초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수시입출금식 펀드다. 빠르고 간편하게 현금화할 수 있어 기업의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사용된다.

MMF 자금 유입은 랩·신탁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MMF 유입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랩·신탁 상품은 MMF와 마찬가지로 법인이 단기자금을 굴리는 용도로 쓰인다. 그동안 기업들은 단기자금을 운용할 때 MMF보다는 랩·신탁의 선호도가 더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랩·신탁은 현행법상 원금 보장형은 아니지만 증권사에서 예금이나 MMF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 관행에 칼을 빼 들면서 자금이 급격히 빠졌다.

랩·신탁은 통상 계약기간이 3~6개월로 법인 등이 단기 여유자금을 굴리기 위한 목적으로 법인들이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활용돼왔다. 랩은 채권·주식·유가 선물 등에 투자하는 자산관리(WM) 서비스다. 증권사가 랩 상품으로 투자하는 자산의 80%가량은 채권이다. 신탁은 투자자가 채권·예금·주식 등 운용 상품군을 정하면 증권사는 그 안에서 차별적인 운용 전략을 펼친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93조9386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2022년 5월 말 153조7614억원 대비 38.9%(59조8228억 원)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증권사 채권형 특정금전신탁 잔액도 83조3200억원에서 52조 9769억원으로 36.42%(30조3431억원) 급감했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통해 위법행위를 잇달아 발견했다. 일부 증권사는 지난해 7월부터 다른 증권사와 연계·교체거래를 통해 만기가 도래한 고객 계좌에서 CP를 다른 증권사에 매도하고 이와 유사한 CP를 다른 특정 고객 계좌에서 고가 매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총 6000여회에 걸쳐 약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법인 고객에게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고객과 약속했던 만기와 신용등급을 벗어나 유동성이 낮은 장기 채권을 편입해 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만기 불일치 등으로 인해 고객의 환매 요청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에 새 고객의 투자금을 기존 고객에게 지급하는 돌려막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법인 MMF에 돈이 몰리는 건 기업들이 향후 경기 전망을 회의적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시장 내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후퇴하자 경기침체 장기화를 전망하는 기업들이 MMF에 돈을 옮겨두고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랩·신탁 이슈는 시장 금리가 내려가야 완벽히 해소될 문제"라며 "당분간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낮아 경기는 계속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MMF 총잔액 규모는 커지거나 최소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