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대 소송까지, 사장 선출 앞두고 혼돈의 KT&G
KT&G "사회공헌·복리후생 사용 용도, 적법 절차 거쳤다"
담배 규제 관련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에, 美 담배 규제 법무부 조사까지
백복인 현 사장 연임 포기 속, 내부 후보군 흔들기 본격화 전망
신임 사장 절차를 밟고 있는 KT&G에 전현직 이사진을 겨냥한 공세가 쏟아지고 있다. 3연임에 성공한 현 백복인 사장이 추가 도전을 포기했음에도 백 사장 재임 시절 불거진 경영 관련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데, 업계 안팎에서는 차기 사장 내부 후보군을 흔들려는 움직임이 더 격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KT&G 전·현직 이사들이 자사주 활용 감시에 소홀해 회사에 1조원대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감사위원회 위원장에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대상은 백복인 현 KT&G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사내외 이사 21명이다.
이들이 문제 삼고 있는 '자사주 활용 감시 소홀'은 KT&G 전·현직 사외이사들이 자사주를 KT&G의 재단·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하는 것에 대해 묵인하거나 동참했다는 것이다.
FCP 측은 이렇게 만들어진 재단·기금의 지분이 사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우호 지분으로 활용됐다고 보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사주를 KT&G복지재단, KT&G장학재단, 사내복지근로기금 등에 출연해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
KT&G장학재단의 이사장이 백복인 현 사장이라는 점과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민영진 전 사장이라는 점 또한 이런 의심을 키우는 배경이다.
FCP 관계자는 "재단·기금에 증여한 금액에 우리사주 조합에 저가로 처분한 자사주까지 합친다면, 이들의 연합이 KT&G의 최대 주주가 된다"고 설명했다.
FCP 측은 만약 KT&G가 증여한 자사주 1085만 주를 소각·매각했다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며, 소송가액으로 지난 9일 기준 종가 9만600원을 곱한 약 1조원으로 산출했다.
KT&G 감사위원회는 FCP의 청구서를 검토해 이들에 대한 소송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FCP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FCP 측은 KT&G 감사위의 결정에 따라 직접 소송에도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KT&G는 자사주를 재단 및 기금에 출연한 것은 배당금 등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과 직원들의 복리후생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KT&G 관계자는 "출연 당시 이사회는 관련 법령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안 외에도 지난 2017년 담배규제와 관련해 권역별 직원들을 동원해 국회의원 다수에게 쪼개기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7년은 현 백복인 사장 재임 시기이기 때문에 사법 리스크로 비화될 수도 있는 민감한 주제다.
KT&G 측은 "회사는 해당 사안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다"며 "향후 필요한 경우 사실관계부터 확인해 본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법무부로부터 담배 제품의 규제 준수 현황과 관련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다시 불거졌다. KT&G는 2022년부터 사업보고서에 "미국 법무부의 미국 내 판매 중인 담배 제품의 규제 준수 현황에 관한 포괄적 문서제출명령을 받아 조사받고 있으며 조사의 최종 결과와 그 영향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KT&G가 미국 식품의약국에 부정확한 서류를 제출하고, 임의로 정보를 변경했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이 공개되며, 파장이 커졌다.
심지어 미 당국 조사 결과에 따라 KT&G가 미국 주 정부에 낸 장기예치금은 1조5천억원 가량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KT&G에 법규 위반사항에 대한 통보나 제재가 가해지지는 않았지만, 현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현재 KT&G는 사외 후보 14명, 사내 후보 10명 등 24명의 차기 사장 후보군(롱리스트)를 확정하고, 다음달 중순까지 심사대상자(숏리스트) 명단을 정하는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2월 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 선임이 결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사장 선임 시기를 맞아 후보군 사이 견제가 격화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민영진 전 사장의 연임, 백복인 현 사장의 3연임 등 KT&G의 경영진이 공채 출신 '순혈주의'로 채워지며, 경영상 문제점이 불거졌다는 점을 연이어 드러내며, 외부 인사의 필요성을 부각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불거진 사안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들이지만, 최근의 일이 아니라 과거의 이슈들을 끌어온 것"이라며 "과거에도 형사 고발까지 이뤄질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것을 볼 때, 고인 물을 빼기 위한 폭로전은 더 이어질 듯"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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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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