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바꿔라"…KT&G '시끌'

전다윗 2024. 1. 2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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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사장 후보 1차 숏리스트 선정…내부 출신 하마평 무성
행동주의 펀드, 사외이사 자격 논란 끄집어내며 논란 가세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KT&G의 지배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 후 굵직한 고발성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는데, '그들만의 리그'가 된 경영진과 이사회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쪽으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현재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최장수 CEO' 백복인 사장이 4연임을 포기한 가운데, 지난 11일 총 24명(사외 후보 14명, 사내 후보 10명) 차기 사장 후보군(롱리스트)으로 확정했다.

사내 후보군은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 가운데 10명이, 사외 후보군에는 공개모집 응모자 8명과 서치펌 추천 후보 6명이 포함됐다. 이달 말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할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1차 숏리스트)를 선정하고, 내달 중순 2차 숏리스트를 압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자는 내달 말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KT&G 본사 전경. [사진=아이뉴스 DB]

차기 사장 선임 절차가 이제 막 시작됐지만, 업계 안팎에선 내부 출신 중 차기 사장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파다하다. 방경만 수석 부사장과 도학영 영업본부장, 이상학 지속경영본부장, 오치범 제조본부장, 박광일 부동산사업본부장 등 5명의 부사장이 주요 후보로 꼽힌다. KT&G 특유의 순혈주의가 이번에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셈이다. 실제로 KT&G가 지난 2002년 민영화된 후 선임된 사장 4명은 모두 내부 출신이다.

다만 최근 흔들리는 경영 성과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주가 등 각종 리스크가 불거지며 일각에서는 이젠 외부 인사를 영입해 새로운 리더십을 갖춰야 할 때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G의 지난해 연간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매출은 5조8601억원, 영업이익은 1조1611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0.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41% 줄었다. 일부 증권사는 올해 KT&G 매출이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에 역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백 사장 취임 당시 10만원대였던 주가 역시 최근 8만원에서 9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순혈주의가 공고히 되도록 방관한 이사회 역시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최근 KT&G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상법상 주주대표소송 요건 중 하나인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를 발송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대상은 백복인 현 KT&G 사장을 비롯한 KT&G 전·현직 사내외이사 21명으로, FCP는 이들이 자사주 활용 감시에 소홀해 회사에 1조원대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FCP가 사외이사까지 걸고넘어진 점에 주목한다.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왕왕 있지만, 사외이사에 조단위 소송을 제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FCP 측은 KT&G 이사회가 사실상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선규 FCP 상무는 "지금까지 KT&G 사장 선임 절차는 '밀실 투표'에 가까웠다. 아무리 좋은 인재가 사장 자리에 올라도 정해지는 과정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최소 경쟁할 수 있는 판 자체는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아무런 경쟁 없이 내부 출신이 사장이 될 경우 세습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KT&G CI [사진=KT&G]

이사회 구성의 타당성 논란까지 더해졌다. 현재 KT&G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6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는 의장인 임민규 전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김명철 SEE(Space Entertainment Enterprise) 고문, 백종수 법무법인 동인 구성원 변호사, 고윤성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 손관수 한국자동차경주협회장, 이지희 더블유캠프 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들의 경력이다. 과연 KT&G 사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췄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지희 대표가 이끄는 더블유캠프라는 광고회사가 대표적이다. 담배 회사인 KT&G는 법적으로 광고를 할 수 없지만, 이 대표는 지난 2022년부터 사외이사에 합류했다. 담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한자동차경주협회장과 엔터 회사인 SEE 고문이 사외이사에 포함된 점도 주목받는다. 손 협회장(CJ대한통운 전 대표)과 김 고문(신한금융지주 CFO)의 이전 경력을 고려해도 개운치는 않다는 것이다. 반면 사외이사 중 글로벌 소비재 전문가는 물론 B2C 전문가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필리모리스인터내셔널(PMI),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앞다퉈 소비재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전문성이 부재한 현 KT&G 이사회는 문제가 있다. 경영진에 친화적인 이사회를 구축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내부에서 견제할 수 없는 지배구조가 된 것"이라며 "사외이사는 본래 경영진을 견제하는 와치독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KT&G 등 주인 없는 기업에서 경영진들이 거수기 사외이사를 둬 영구적인 체제를 구축하는 식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외이사가 일반 주주가 아닌 경영진을 대변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사외이사의 강화된 권한에 비해 책임이 적어서 생긴 일이다. 가령 사내이사들은 문제가 생기면 횡령 및 배임으로 처벌받지만 사외이사는 딱히 페널티가 없다"며 "(사외이사의) 커진 권한만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 KT&G는 자사주 활용 감시의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결된 사안이며, 담배사업의 광고는 관계 법령에서 정한 엄격한 방식에 따라 집행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전문성과 관련해서는 또 사장 선임에서 순혈주의가 득세하고 있다는 논란과 관련해서는 기업의 대표 및 임원 경력을 보유한 경영전문가 4명, 법률 전문가 1명, 회계 전문가 1명으로 글로벌, ESG등 기업 경영에 필요항 다양한 분야에서의 충분한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6명의 사외이사진이 구성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완전 개방형 공모제와 서치펌 추천 방식으로 모집했으며 지배구조위원회가 인선 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기에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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