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듯 대중교통 지원책…통합까지 넘어갈 산은?
"다양한 선택지"라지만 하나의 생활권에 상이한 정책시행 우려
무제한 사용권 없는 경기·인천 주민…서울 밖에서 쓸 수 없는 기후동행카드
"완전한 통합 쉽지 않아", "당장은 물리적으로 힘들 것" 지자체장 발언에도
제도 시행으로 효과 나타나면 통합 논의 가능…"운영결과 기다리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서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늘려 환경오염을 줄이겠다며 정부와 수도권 광역지자체가 앞 다투듯 교통비 지원책을 내놨다.
교통비 지원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이라는 긍정 효과도 있지만, 전혀 다른 2가지 종류의 정책이 수도권 내에서 나뉘어 펼쳐지는 데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선불식 무제한 '기후동행카드' vs 선이용 후환급 '패스'…"지역적·개인적 차이로 인한 선택지 다양화"
따릉이 이용을 빼면 월 6만2천원, 포함하면 월 6만5천원을 내고 서울 시내에서 버스나 전철 등을 편하게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반면 경기도의 'The 경기패스'나 인천시의 '인천 I-패스'는 대중교통을 일정 횟수 이상 이용하면 지불한 요금의 20~53%를 돌려주는 사후 환급형이다.
국토교통부가 오는 5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K-패스'를 기반으로 하는데, K-패스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최대 60회까지 이용금액 중 일반 이용객은 20%, 청년은 30%, 저소득층은 53%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The 경기패스와 인천 I-패스는 이런 K-패스에 환급횟수를 무제한으로 늘리고, 19~34세인 청년 확대, 어린이·청소년환급 등을 더한 제도다. I-패스는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환급률을 더 높이기로 했다.
지난 22일 합동설명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처럼 다른 방식으로 지원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별로 동일하지 않은 대중교통 체제와 이용객 별로 상이한 대중교통 이용 패턴을 고려할 때 3개 광역 지자체에서 적용할 교통 지원 정책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 지자체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교통문제는 굉장히 로컬(지역적인) 문제"라고 전제했다.
이어 "개인별로 다양한 자기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정해진 방식이나 틀 보다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저희 중앙정부와 각 지차체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거들고 나섰다.
서울시민 가진 선택권 없는 경기도민·인천시민…"다 열어주고 비교하도록 했어야"
서울시민의 경우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중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택할 수 있지만,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은 사후 환급 방식의 패스 형태만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 측은 K-패스 이용 시 60회까지로 제한된 환급 가능 이용 횟수를 무제한으로 늘렸기 때문에 K-패스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급 혜택을 받더라도 이용하는 횟수가 늘어나면 교통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점에서, 이용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시민의 경우 기후동행카드와 같은 선불식 무제한 제도보다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적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도민에게도 기후동행카드와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사용할 기회를 열어주고 비교하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며 "서울시는 K-패스도, The 경기패스도, 인천 I-패스도 다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줬는데, 왜 타 지역에서는 기후동행카드를 열어주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성급한 서울시 움직임에 '서울시내만' 사용가능한 기후동행카드…"재원·인력 문제 있는데 어떻게 따라가나"
반대로 서울시의 경우 경기도, 인천시와 충분한 협의 없이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이용 범위가 서울 시내로 제한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중 한 가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은 장점.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 패턴이 바뀌거나, 이용량이 일정하지 않을 경우 월마다 뭐가 이득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한다.
서울시는 무제한 이용권을 사용하게 되면 출퇴근이나 통학 때 뿐 아니라 주말이나 여가시간에도 기후동행카드를 활용해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민이 여가시간에 경기도 등 인접 지자체로 이동해 휴식을 즐기려할 경우에는 기후동행카드를 활용할 수 없다.
경기도와 인천시의 경우 △대중교통 집적도가 서울시보다 낮고 △예산이나 관련 인력 배정에 있어 여유가 부족할 뿐더러 △티머니의 대주주인 서울시와 달리 교통 이용량 데이터 활용이 자유롭지 않다. 서울시가 다소 급하게 기후동행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교통 이용비 지원 사업에 들어가는 재원이나 인력이 큰 규모는 아니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인력이나 재정이 좋은 서울시와 달리 다른 시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K-패스는 국비가 50%, 시비가 50%였던 반면, 기후동행카드는 시비가 100% 투입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런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국토부가 이미 알뜰교통카드의 연장선상에서 K-패스를 예고하고 세 지자체와 함께 협의를 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기후동행카드를 할 테니 경기도와 인천도 다 들어와라' 이렇게 말한 셈"이라며 "서울 사람들도 서울대공원도 가고, 에버랜드도 가고 해야 할 텐데 그러자고 기후동행카드도 발급받고, 5월에 K-패스 카드를 또 발급받아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당장 통합은 쉽지 않겠지만"…각 제도 도입 효과 나타나면 통합위한 종합 검토 시작될 듯
이같은 입장 차를 반영하듯 김동연 지사는 합동설명회에서 "서울시는 서울시민에 가장 최적화된 정책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The 경기패스는 경기도민의 특성과 주민의 교통패턴을 감안해서 저희가 데이터 분석을 다 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3개 시도 간에 완전한 통합까지 가기에는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도 "지금 당장 통합은 물리적으로 힘들 것"이라며 "경기도의 교통시스템은 서울시와 다른 측면이 많고 아직도 준공영제 시행이 통합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민 전체에 대한 교통비 부담 최대 완화가 지원 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만큼 과거 버스·전철 환승시스템 구축 때와 같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통비 지원정책이 결국에는 통합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오는 27일부터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K-패스를 비롯해 The 경기패스와 인천 I-패스도 5월부터 사용이 시작된다. 이용상의 장단점과 정책성과 등이 이르면 올해 안에 파악되는 만큼, 이르면 내년부터라도 통합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느 정도 사용에 익숙해지면 '나는 기후동행카드가 더 낫다', '다음 달에는 대중교통 이용할 일이 적으니 K-패스를 써야겠다' 이런 판단이 내려지게 될 것"이라며 "당장 올해부터라도 통합 논의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통합된 정책이 발표되지 않은 것은 서울시가 급하게 발표를 하면서 인천과 경기도로서는 기후동행카드와 같은 제도의 도입 가능성을 살펴볼 시간이 전혀 없었다"며 "이번 시범운영 기간을 통해 나타날 기후동행카드의 도입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서울시로부터 공유 받게 되면 더 좋은 방향으로의 종합적인 검토를 할 수 있는 만큼, 시범운영 결과를 상당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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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규 기자 findlov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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