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재구조화법 ‘축사’ 사실상 정비대상 포함…업계 반발
대부분 악취배출시설로 분류
단서 조건 있지만 충족 어려워
업계 “정부, 올해도 논란 자초
조항 삭제 등 의견 제출할 것”
정부가 입법예고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농촌재구조화법)’ 시행규칙에 대해 축산업계 반발이 거세다. ‘농촌위해시설’에 축사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들어 있어서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28일 농촌재구조화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어 올해 1월11일엔 해당법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농촌재구조화법은 저개발·난개발에 시달리는 농촌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관리·지원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공간정비사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 법은 2023년 3월 공포돼 올 3월29일 시행을 앞뒀다. 논란이 된 것은 농촌위해시설 기준을 규정한 시행규칙이다.
농촌재구조화법에 따르면 이 법의 핵심 사업인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사업’은 농촌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변화 등에 대응해 농촌공간 재구조화와 함께 삶터·일터·쉼터로서 농촌 기능을 회복 또는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 제2조 제9항은 이같은 사업 중 하나로 ‘농촌위해시설의 이전·철거·집단화 또는 정비 사업’을 명시하고 있다. 농촌위해시설은 농촌 생활·경관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건강·환경·경관·기타 위해시설 등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이 기준을 명시하도록 한 시행규칙에 축사를 농촌위해시설로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시행규칙 제3조 제1항은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사업의 계획수립권자가 ‘악취방지법’에서 분류한 악취배출시설을 농촌위해시설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악취방지법 시행규칙은 사육면적 50㎡(15평) 이상의 양돈장과 100㎡(30평) 이상의 우사 등 모든 축종의 축사를 악취배출시설로 분류하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 축사가 농촌위해시설로 간주돼 이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축산업계의 판단이다.
악취방지법에는 밀폐 등으로 악취가 대기 중에 전혀 배출되지 않는 시설은 악취배출시설에서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기는 하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현실 여건상 이같은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축사를 위해시설로 규정하는 것은 축산인을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는 일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환경을 훼손하는 시설이라는 기준이 불명확해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농촌에서 축산업의 명맥을 끊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농촌재구조화법 시행규칙 제3조 제3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조항은 ‘주민이 농촌 경관과 환경 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시설’도 농촌위해시설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축산업계에선 단순 민원으로만 위해시설을 규정하도록 한 법이 시행되면 악성 민원을 유발해 축산인과 인접 주민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실제 지난해 8월 전남 보성에서는 한 양돈농가가 냄새와 관련된 악성 민원에 반복적으로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축산농가들은 생존권 확보 등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충북 괴산지역 한 양돈농가는 “정부는 축사 이전·철거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주민들의 강요에 따라 생업을 포기한 사례가 상당수”라고 꼬집었다.
생산자단체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에 비판을 가한다. 지난해 정부가 농촌공간정비사업 시행지침에 농촌위해시설로 축사를 지정했다가 축산업계의 거센 반발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위해시설 지정에 나서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축사를 농촌위해시설로 규정할 수 있는 조항 삭제 등 생산자 의견을 정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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