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슐랭 2스타’ 한식당 가보니…음식과 재료에 이야기 담아 “색다른 경험에 매료”
한식 재해석한 10개 코스요리
우리전통주와 조합 매력 더해
도자기 문양 카드에 메뉴 설명
식재료 한글 발음 영어로 표기
“식문화 가치 높이는 데 힘쓸것”
한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한인타운에선 바비큐·비빔밥 등 ‘회관식’이 대다수였다. 이랬던 한식이 최근 고급화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 뉴욕에 있는 한식당 중 미쉐린 스타를 받은 곳은 6곳이나 된다. 유행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미쉐린 별 두개를 받으며, 현재 가장 트렌디한 식당으로 부상한 한식당 ‘아토믹스’를 찾아갔다.

뉴욕 맨해튼 중심지에 있는 아토믹스는 예약이 한달 전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는 ‘미쉐린 2스타’로 충분히 설명된다. 1스타에서 3스타까지 레스토랑에 별점을 매기는 미쉐린 가이드는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권위 있는 평가 기준이다. 단아하고 정적인 내부로 들어서면 ㄷ자 형태의 테이블인 셰프 카운터가 놓여 있다. 오직 14명만 앉을 수 있는데 1인당 팁 포함해서 70만∼90만원선이다. 높은 가격에도 아토믹스를 찾는 이유는 뉴욕의 고급 한식 열풍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토믹스의 문을 연 건 박정현 셰프, 박정은 매니저다. 박정현 셰프는 한국 파인다이닝(고급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정식당’ 출신으로, 2018년 지금의 아토믹스를 시작했다.
박정은 매니저는 “뉴욕은 세계의 ‘멜팅폿(용광로)’이라고 할 정도로 모든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곳”이라며 “한식 역시 이곳에 어우러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아토믹스 코스요리는 10개다. 먼저 식사하기 전 박정은 매니저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자개가 박힌 개인 젓가락을 고른다. 요리와 설명을 적은 메뉴 카드가 함께 나오는데, 이게 재밌다. 메뉴 이름을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구마 아이스크림’은 ‘스위트 포테이토 아이스크림’이라 쓰지 않고 ‘Goguma ice cream’이라고 썼다. 이밖에 ‘Chajogi(차조기)’ ‘Bugak(부각)’ ‘Gochugaru(고춧가루)’ 등 한글 이름을 그대로 표현한 게 눈에 띈다. 감칠맛도 ‘Gamchilmat’으로 표기했다. 일식에선 스시(초밥)·사케(술)·덴푸라(튀김) 등 일본어 그대로 부르는 일이 많았지만, 한식에선 드문 일이다. 그야말로 한식을 그대로 즐긴다는 증거다. 메뉴 카드 뒷면엔 한국 각 지역을 형상화한 도자기 미디어아트가 그려져 있다.
박정현 셰프는 “뉴욕에서 한식을 즐기는 수준이 높아져 이젠 된장·간장·깻잎·반찬 등 한국어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며 “한식 때문에 한국 여행을 가는 식도락가도 있다”고 말했다.
메뉴는 어떨까. 정어리·마리골드밥과 김부각이 어우러진 요리를 시작으로 단옥수수떡찜에 신선한 성게가 올라가 있는 한입거리를 제공한다. 속을 빼낸 달걀껍데기에 찜과 송로버섯을 꽃처럼 올린 아이디어는 재미있다. 족제비쑥·철갑상어알을 더한 참다랑어회는 새롭다. 관자와 표고버섯으로 만든 찜요리는 감칠맛이 뛰어나다. 단순히 요리만 내놓는 게 아니라 한식에서 간장·된장·젓갈로 어떻게 감칠맛을 구현하는지도 설명해준다.
아토믹스의 요리는 과감하다. 발효된 쌀과 김치를 노르웨이산 랍스터인 ‘랑구스틴’에 접목하는 한편, 삼계탕을 응용한 보양식을 선뵌다. 달콤한 소스를 곁들인 옥돔구이나, 갈비를 재해석한 소고기구이도 있다. 아토믹스의 요리는 한가지 맛만 나는 게 아니라 한국적인 식재료를 여러겹 쌓아 올려 완성한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주인 ‘담솔’ ‘황금보리’ 등도 페어링(pairing·짝 맞추기)할 수 있다.
혼자서 아토믹스를 방문한 손님 준썸머김씨는 “모양도 맛도 한국적이면서도 새로워, 보는 맛 먹는 맛이 있다”며 “한국의 맛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박 셰프 부부는 ‘음식의 힘’을 믿는다. 그들은 한식문화를 확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박정현 셰프는 “과거 한국인이 주 손님이었다면, 이제는 미국 현지인도 자주 찾는 식당이 됐다”며 “문화 교류의 중요한 소통 수단인 식문화의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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