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애플·구글에 철퇴"…한국은 국내 기업만 잡는 플랫폼법

손엄지 기자 2024. 1.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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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 독점을 막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유럽연합(EU)과 달리 한국에서는 자국 플랫폼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EU의 플랫폼 기업 독점방지 규제는 사실상 자국의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법"이라면서 "자국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인 한국은 규제를 만들기보다는 국내 플랫폼의 자생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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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아이폰에 애플페이만 허용하는 건 안 돼"
줄어드는 국내 플랫폼 입지…"규제보단 자생력 키워줘야 하는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 앞에서 EU기가 휘날리고 있다. 2023.11.8 ⓒ 로이터=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글로벌 빅테크 독점을 막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유럽연합(EU)과 달리 한국에서는 자국 플랫폼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이틈을 노려 글로벌 빅테크는 활개를 치고, 국내 플랫폼 기업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2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EU는 최근 애플의 독점에 제동을 걸었다. 아이폰의 자체 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 외에도 다른 업체의 유사 결제 서비스도 허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전 세계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애플에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EU는 애플을 비롯해 구글, 메타 등 유럽 밖에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독점을 막기 위해 DMA(디지털시장법), DSA(디지털서비스법) 등을 도입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시계는 반대로 가고 있다. 오히려 국내 플랫폼 기업의 행동반경을 좁히는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법은 소수 거래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는다. 세부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쿠팡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플랫폼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플랫폼법이 만들어지면 전기통신사업법, 유통업법과 맞물려 이중 규제를 받을 수 있어서다. 윤석열 정부가 공언했던 '자율규제' 기조와도 맞지 않다.

벤처캐피탈(VC) 업계도 우려한다. 사전 규제를 받는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서 스타트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몸집을 키우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VC는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할 유인이 사라진다.

한국 정부가 정작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게는 무딘 칼을 휘두르는 것도 업계 불만이다. 구글의 인앱결제 방지법, 멜론의 중도해지 과징금이 대표적이다.

한국 정부는 2022년 애플과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었지만, 이들은 제3자 결제 시스템 도입 시 26% 수수료를 부과하는 식으로 법을 무력화했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정 조치안을 요구했지만 구글과 애플의 의견 제출 기한은 계속 연장됐다. 구글은 최근 미국, EU 등에서 인앱결제를 단속하자 그제야 시정조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멜론이 '중도해지' 가능성을 고객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카오에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유튜브 뮤직은 여전히 중도해지를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받고 있다.

국내 플랫폼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30%대까지 올라왔고, 공고한 1위 음악 플랫폼이었던 멜론은 최근 유튜브 뮤직에 자리를 내줬다. 유통업계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가파른 성장세다.

국내 플랫폼 기업에만 철퇴를 내리는 정부의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U처럼 글로벌 빅테크의 독점을 견제하면서 국내 플랫폼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EU의 플랫폼 기업 독점방지 규제는 사실상 자국의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법"이라면서 "자국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인 한국은 규제를 만들기보다는 국내 플랫폼의 자생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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