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에만 몰리는 '이재명 경기도' 참모들, 현역 없는 무주공산 출사표 '선점'
전문성 내세우지만… 과거엔 다른 지역 활동
친명 비례 이수진·양이원영에 '비명 자객' 자처
"민주당 정체성 없는 사람" 비명계 노골적 저격
임혁백 "인신공격, 상호비방 단호히 엄격 조치"
공관위 "통합 저해하는 분열적 언행에 경고"
4월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 참모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현역 의원이 불출마했거나, 탈당한 무주공산 지역구를 앞다퉈 선점하고 나섰다. 현역 의원이 없는 지역이라면 비교적 수월하게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지역 연고가 없는 등 본선 경쟁력이 약해 이 대표와의 인연에만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공천 과정에서 이 대표 '사천'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의 기관장'들 '무주공산' 용인·광주 '선점'
23일까지 진행된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와 함께 경기도에 몸담았던 예비후보 16명 중 7명이 현역 의원 불출마나 탈당, 분구가 예정된 전략 선거구 지역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 전 사장은 이탄희 의원 불출마로 공석이 된 경기 용인정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GH 사장 시절 수행한 용인 플랫폼시티 사업의 완성과 사장 퇴임 후 용인에 터를 잡았다는 점을 출마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부산 출신의 이 전 사장은 2016년 총선에서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를 준비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성남시장 예비후보로 나서는 등 지역적 기반이 탄탄하다고 하긴 어렵다. 이 전 사장은 "전략지역은 당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긴 하지만, 용인은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대표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보다는 역량과 기여도를 봐달라"고 말했다.
평택항만공사 사장을 지낸 문학진 전 의원은 임종성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경기 광주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언론인 출신으로 하남에서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문 전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낙선한 광주로 24년 만에 돌아온 셈이다.
진석범 전 경기복지재단 대표가 예비후보 등록을 한 경기 화성을은 탈당한 이원욱 미래대연합 공동대표 지역구고, 임진(경기 수원무) 전 경기도상권진흥원장과 김홍국(서울 서대문갑) 전 경기도 대변인도 김진표 국회의장과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에 출사표를 냈다. 민병선(경기 하남) 전 경기도 보도특보 출마 지역구 역시 현역 최종윤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해당 지역은 분구도 예정돼 있다.
'비명 잡으러 가자' 친명 비례 자객 공천 논란도
전략선거구 지역 외에도 경기도 출신 인사들은 비교적 공천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되는 비이재명(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도 몰리고 있다. 이 대표 경기지사 재임 당시 첫 ‘청년 비서관’을 지낸 모경종 전 민주당 대표실 차장이 대표적이다. 모 전 차장은 비명계 신동근 의원이 있는 인천 서구을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강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경기 의정부을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역시 비명계 현역인 김민철 의원의 검증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친이재명(친명)계 비례대표 의원들도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날 경기 광명을 출마를 선언한 양이원영 의원은 "당대표가 검찰독재의 칼날에 난도질당하는 상황에서 왜 가결표를 던졌느냐"며 비명계 현역 양기대 의원을 직격했다.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준비하던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은 갑자기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 중원 출마를 선언해 논란이다. 친명 원외 인사인 현근택 변호사가 성희롱 문제로 낙마하자 서둘러 지역구를 갈아탄 모양새다. 이 의원은 윤 의원의 탈당 고민 이력을 겨냥해 "민주당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맹공을 폈다.
연고·정책 없이 '친명'만… "낙하산, 주민도 안 반겨"
경기도 출신과 친명계 비례대표 의원 일부는 지역 연고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공천부터 받고 보자'는 식이라, 당 내부에서도 과연 총선 승리에 기여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까지 드는 분위기다. 한 비명계 의원은 "연고도 없는 지역에 '낙하산'을 꽂으면 지역에서 반기는 주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지역 유권자들의 수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반감만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와의 친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이들이 향후 공천 갈등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수도권의 한 비명계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당대표 측근과 친명계 프레임으로 승부를 거는 친명계 인사들이 늘어날수록 사천 논란은 피해 갈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우려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 간판'을 내건 원외 인사와 일부 비례 의원들의 비명계 저격 수위가 높아지자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후 "일부 국회의원 입후보자 간에 인신공격과 상호 비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일련의 문제에 단호하고 엄격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박희정 공관위 대변인은 "총선을 앞두고 당내 통합을 해치는 분열적 언행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는 위원장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메시지"라고 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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