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동생의 남편이 상속 재산을 요구해요"… 법률 전문가 조언은?

후순위 상속인이나 제3자로 인식했던 사람이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률 전문가들은 상속권과 유류분권이 부모와 자식 관계가 아니더라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그림=이미지투데이

# A씨는 1년 전 부친의 재산을 증여받았다. 하지만 최근 부친의 작고 후 과거에 사고로 사망한 동생의 배우자가 증여 유류분을 주장했다. A씨는 동생의 배우자가 친족 관계도 아니고 자신이 유일한 상속인이라고 믿었는데 유류분 주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속 절차 가운데 후순위 상속인이나 제3자로 인식했던 사람이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률 전문가들은 상속권과 유류분권이 부모와 자식 관계가 아니더라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조언했다.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지난 22일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상속인들이 흔히 아는 1순위 상속권의 범위는 부모와 자녀 관계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혈연 관계가 아니라면 상속 순위에서 밀러거나 상속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의식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상속권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부모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원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 절반인 5000만원이 된다.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은 사망자의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가 유류분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법도 유류분소송센터의 '2024 유류분 소송 통계'에 따르면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은 2개월에서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상속 절차에서 시부모 또는 조부모가 사망해도 며느리나 손주에게 상속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상속권은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녀 간에 이뤄지는 재산상 권리로 며느리나 손주는 상속 순위에 들지 못하기 때문.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남편이 시부모보다 먼저 사망했다면 달라진다.

만약 결혼한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사망하면 사망한 자녀의 배우자와 손주에겐 대습상속권이 발생하게 된다. 대습상속권이란 상속이 개시되기 전 예비 상속인이 될 사람이 사망하면 그의 배우자나 자녀에게 대신 상속권이 생긴다는 의미다.

엄 변호사는 "미래에 상속인이 될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사망했다면 추후 생기게 되는 상속권은 없어지는 게 아닌 며느리와 손주에게 대습이 된다"며 "따라서 사망한 자녀의 형제 입장에서 추후 자신의 부모가 사망했을 때 사망한 형제의 배우자와 조카에게 상속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속지분이나 유류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형제 역시 부모와 마찬가지로 피를 나눈 혈연 관계지만 서로 상속권에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형이나 누나가 사망한다고 해서 동생에게 재산이 상속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 다만 형제 상속권 성립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형제간 상속권이 성립되려면 부모님이 사망한 상황에 형제만 남고 미혼인 형제가 사망한다면 나머지 형제에게 상속권이 발생하게 된다.

엄 변호사는 "형제간 상속권에서 주의할 점은 형제가 결혼한 순간부터 형제간 상속권은 상실된다"며 "반면 부모는 형제와 달리 결혼했지만 사망한 자녀에게 아이, 즉 손주가 없다면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는 점이 형제와는 다르다"고 조언했다.

법률상 문제가 없는 부모와 자녀 관계지만 아직 출생하지 않은 태아 상태라면 상속권의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해외와 다르게 사람에게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를 사람으로 볼 수 있는냐는 점이 문제다. 이에 관해 민법에는 '태아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자녀가 태아인 상태에서 아버지가 사망하면 엄마와 태아는 법률상 공동상속인이 된다"면서 "다만 실질적인 법률상 권리는 태아가 아닌 태어난 직후 적용돼 만약 유산이 된다면 태아의 상속권은 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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