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한 만남, 더 이상 국민 불안케 하는 일 없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한 위원장은 크게 고개 숙여 인사했고, 윤 대통령은 악수하며 어깨를 다독였다. 두 사람은 30여 분간 함께 사고 현장을 돌아보고 피해 주민을 위로했다. 이날 만남은 사전 조율을 거쳤을 것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의혹’ 문제로 충돌했던 두 사람이 이틀 만에 갈등을 일단 봉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걱정했던 국민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0년 넘도록 가깝게 알고 지낸 사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한 위원장을 법무장관에 임명했고, 이어 총선을 책임질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겼다. 그런 관계인데도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고 한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충돌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안보 경제 위기 상황에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아직 취임 1년 8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3년이 넘는 임기가 남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한 위원장 사퇴 요구로 국정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그 이유도 정책이나 중대 노선이 아니라 윤 대통령 부인 문제라니 국정과 가정 문제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준다. 윤 대통령은 부인이 부적절한 인물과 만나고 그에게서 명품 가방을 받은 문제에 대해 함정 몰카에 당한 것이니 국민에게 사과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그런 판단과 결정에 대해 자신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경질하려는 것은 권한 남용이 될 수 있다.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대통령이 더 이상 권위와 리더십이 훼손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헤어진 뒤 “대통령에 대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어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과 겪은 갈등은 결국 한 위원장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다. 대통령은 사과할 생각이 없고, 다수 국민은 사과와 해명을 바라는 중간에 한 위원장이 끼어 있다. 소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여기서 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혜와 정치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위원장도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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