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일 최고치 미·일 증시, 지배 구조 개선해야 韓 증시도 평가받을 것
미국 주식시장에서 AI(인공지능) 특수로 S&P 500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데 이어, 파죽지세로 상승 중인 일본 주식시장의 닛케이 지수는 거품 경제 시절이던 1990년 2월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을 떠난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일본으로 몰린 데다 엔저에 힘입어 일본 수출 기업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반면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7% 하락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증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급등한 직접적 계기는 저금리와 엔화 약세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장 기업들의 지배 구조가 개선된 것이 투자자들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이 해외 투자자에게 외면받자 10여 년 전부터 지배 구조를 개혁하는 정책을 꾸준히 펴왔다. 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되는 공적 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해 투자자들 이해가 반영되도록 유도했다. 지난해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가 순자산 가치보다 낮은 기업들에 개선 대책을 만들어 공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쌓여 세계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됐다.
한국 증시의 부진도 경제 전망과 기업 실적이 불투명한 탓이 크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기업 가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의 함정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에다 소액주주는 외면당하고, 증시 교란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도 솜방망이여서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가 부족하다. 사외 이사는 거수기 역할만 하고, 오너나 경영진 이익에 부합하느라 소액주주들이 희생당한다. 높은 상속세, 증여세 때문에 대주주는 오히려 낮은 주가를 선호하며 배당도 현저히 적게 한다. 이렇게 수익성 낮은 한국 주식에 해외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개인 투자자들도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를 주로 한다. 정부가 공매도 한시적 금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대주주 주식 양도세 완화 등 증시 대책을 발표했지만 기업 지배 구조의 획기적 개선 없이는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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