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74] 동해 피문어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4. 1.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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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피문어

지난해 겨울 동해 가장 북쪽에 있는 명파마을로 가는 길이었다. 식사를 위해 대진항에 들렀다가 피문어를 삶는 모습을 보았다. 피문어를 삶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본 것은 처음이다. 얼핏 보아도 10킬로그램은 넘을 것 같았다. 낚시로 잡아 온 피문어다. 현지 어민들이 말하는 낚시란 ‘지가리’를 말한다. 피문어는 낚시와 통발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해 잡는다. 강원도에서는 지가리 낚시만 허용하고 있다. 지가리는 낚시 서너 개를 갈고리 모양으로 묶고 문어를 유혹할 수 있는 미끼를 매단 어구를 말한다. 지금은 가짜 미끼를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돼지비계를 미끼로 사용하기도 했다. 배 한 척에 40여 개의 지가리를 가지고 조업에 나선다. 문어가 있을 만한 자리에 지가리를 던져 놓고, 부표가 움직이면 건져 올려 잡는다.

피문어는 가을부터 다음 해 봄까지 조업 기간도 길고, 찾는 사람이 많아 어민들 생계에 큰 도움을 준다. 대문어는 서해나 남해에서 잡는 작은 참문어와 달리 다 자라면 50킬로그램 이상이다. 그래서 대문어라고 하며, 삶으면 붉은색이 선명해 피문어, 물을 많이 품고 있어 물문어라고도 한다. 참문어는 돌문어나 왜문어라고도 부른다.

피문어 잡는 낚시 ‘지가리’
삶기 전에 피문어 손질하기

솥에 물이 끓자, 남편이 다리를 붙잡고 아내가 칼로 다리들 사이의 막을 잘랐다. 이번에는 아내가 다리를 잡고 남편이 몸통을 뒤집어 내장을 꺼내 잘라냈다. 그리고 깨끗하게 씻은 후 솥으로 옮겼다. 삶는 동안에 문어를 이쪽저쪽 뒤집어 골고루 익도록 했다. 그렇게 약 5분 정도 삶은 후 머리를 반으로 절개하고 빨판 사이에도 칼집을 넣었다. 특히 머리와 이어진 굵은 문어발은 잘 삶아지지 않는 부위다. 오래 삶으면 질겨지고 식감도 떨어지기 때문에 골고루 같은 시간에 삶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15분 정도 삶은 후 문어를 두 개의 갈고리를 이용해 걸대에 걸었다. 그리고 나무 꼬챙이로 다리의 여러 곳을 찔러 살과 껍질 사이에 들어 있는 물을 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피문어는 돌문어에 비해 부드럽고, 겨울철이 제철이다. 특히 설 명절을 전후해 동해안뿐 아니라 경북 영주·안동·봉화 등에서 제수용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삶은 문어 물빼기
골고루 잘 삶아지도록 굵은 다리에 칼집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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