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행복(幸福)
적당한 시점 내려놓으면 진정한 행복 누릴 수 있어
신한춘 부산시 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
‘행복’, 듣기만 해도 마음이 뿌듯하고 즐거워지는 말이다. 이 세상 사람치고 행복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어떠한 것이, 또 어떠한 현상이 행복일까? 대부분의 사람이 여기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면 행복은 무엇인가? 단적으로 말하면 ‘행복은 만족’인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마음이 만족하거나 흡족할 때 사람은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 돈이 산더미처럼 많다고, 권력이 하늘처럼 높다고, 학식이나 명예가 산처럼 높다고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마음에 흡족해야만, 마음속으로 만족해야만 그게 바로 행복인 것이다. 서양 속담에 ‘happiness is contentment’라는 말이 있다. 번역하면 ‘행복은 만족에 있다’이다. 또한 ‘contentment is better than riches’라는 말도 있다. ‘만족하는 것이 부(富)보다 낫다’는 뜻이다. 그렇다. 이 두 문장은 그야말로 정곡을 찌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동양에도 같은 말이 있다. 바로 ‘지족(知足)’이다. ‘스스로 만족함을 알다’는 뜻으로 ‘행복은 스스로 만족함’에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은 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행복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수천억 원의 돈을 가진 사람은 모두 수조 원, 수십조 원을 가지기를 바라므로 마음으로 늘 부족함을 느끼니까 결코 만족할 수가 없다. 이런 사람은 설령 수십조 원을 가지게 되면 수백조 원 또는 수천조 원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므로 비록 엄청난 부자일지라도 스스로 만족을 할 줄 몰라 현실적으로 행복은 요원할 뿐이다. 그러므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적당한 선에서 그치고,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의 자세가 꼭 필요한 것이다.
물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멈출 줄을 모른다고 한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노숙자에게 물어보라. 돈이 얼마나 있으면 되겠느냐고. 대부분이 한 1억 원이나 5억 원쯤 있었으면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1억이나 5억 원을 갖게 돼 노숙자 생활을 청산한 뒤 정상인이 되면 그때부터 이 사람의 수준이나 보는 눈이 달라진다. 집이나 아파트가 더 크고 좋았으면, 승용차가 있거나, 큰 차였으면….
정치권력이나 사회권력, 재력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자기에게 주어진 적당한 위치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 하고, 멈출 줄 알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족을 모르는 곳에서, 멈출 줄 모르는 것에서부터 불행의 싹이 트는 것이다. 전혀 자연스럽거나,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상승이 아니라 무리하고 억지인 지나침은 오히려 스스로 몰락을 부르는 악수일 따름이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더라도 권력을 추구하다가 실패하여 몰락하고, 심지어는 죽음에 이르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을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만족할 줄 아는 정신과 자세를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대학자로서 존경받고 명예가 드높은 사람일수록 겸손과 아량을 갖춰야 한다. 학문이 산처럼 높고 명예가 하늘을 찌른다 한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성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그 학식과 명예가 결코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짐이 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사리 지워지고 사라질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를 늘 가슴에 새기고 또한 인간으로서는 불가항력인 거대한 힘을 가진 물이 어찌하여 아래로만 흐르는지 곰곰이 물의 겸손을 생각하고 본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부든, 권력이든, 명예든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고 끝까지 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양보하고, 쉬고, 놓고, 비워야 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경영일선에서 은퇴한 홍콩 제1의 거부 청쿵(CK)그룹 리카싱 회장이 평소 자기 집무실에 걸어놓고 스스로 좌우명으로 삼은 액자 속의 두 글자 ‘지지(知止)’의 깊은 뜻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권력의 정점에 서고자 했던 사람이나 정점에 서 있던 사람들이 과연 행복했으며, 재벌그룹의 총수들이 정녕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 명예를 좇던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안락한 죽음을 맞이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반드시 우리 모두 행복의 참의미를 저마다의 가슴에 새겨야 한다. 행복은 스스로 멈추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유엔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소득이 10만 달러에 육박하는 선진국의 행복지수보다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도 못 미치는,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의 국민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훨씬 더 높았다는 것이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베개하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어떠하리?” 배고픈 자, 못 가진 자, 성공하지 못한 자의 괜한 허세나 허풍으로 치부하지 말라.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인 풍요보다 자기만족에서 오는 안락한 마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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