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숲길] 새로운 각오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이 저물고 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의 새해 종소리를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1월이 지나고 있다.
새해가 오기 전에 사람들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새해 전반을 설계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준비한다. 나 역시 연말에 자신을 제약하는 나쁜 습관을 버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했다.
우선 갑진년(甲辰年)의 생활이념(生活理念)을 사상(思想)과 일상행동(日常行動)으로 구분하여 1. 사상은 ①신독(愼獨) ②겸상애 교상리(兼相愛 交相利)로, 2. 일상행동은 ①매일 걷기 ②주간 일 책 완독 ③일기 쓰기 ④일 함묵(日 含默)하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새해의 각오 중 신체 단련과 나쁜 습관 버리기 등 건강 개선을 위한 것들도 있지만 매년 빠짐없이 다짐하는 두 가지는 겸상애 교상리와 신독이며, 내가 실천하기에는 가장 어려운 신조이기도 하다.
겸상애 교상리는 기원전 500년경의 중국 묵자(墨子)의 사상으로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라’는 뜻이다. 묵자는 노동과 공리를 중히 여기며, 실천적 삶을 행하는 사상가로 유럽의 일부 대학가에서는 ‘전생적 예수’라고 칭할 만큼 겸애교리를 설파했다. 겸애교리는 모든 사람이 서로를 차등 없이 사랑하고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을 요구한다. 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도덕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에 필자는 결혼 후 아내와 상의해 겸상애 교상리를 가훈으로 정했고 일상생활에서 이를 실천하고자 새해마다 다짐한다. 이런 가훈의 영향인지 세 아이들 모두 친구, 이웃들과 잘 지내며 스스로를 돌보며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신독은 ‘남이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여 말과 행동을 삼감’을 뜻하며, 해동성자라고 칭송되는 퇴계 이황의 신조이기도 하다. 신독을 행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엄격하게 다잡아야 한다. 보는 눈 없이 양심을 지켜야 하기에 나로서도 매우 힘들고 어려운 모토이나 새해마다 새 다이어리에 적고 행하려 노력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노크로스(John Norcross)는 미국인들의 새해 각오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1989년에 조사했다. 남녀 300명을 1주일부터 2년까지 주기적으로 추적한 결과, 연초에 결심한 각오가 연중 다른 시점에 한 결심보다 성공할 확률이 10배 정도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려면 연말연시가 적격임을 의미한다.
올해는 나 역시 시작이 좋다. 작심삼일을 경계하며 각오한 대로 착실히 지키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처음에 세운 목표를 견지하며 꾸준히 나아가는 것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다. 중간에 계획이 어그러졌거나 다짐한 만큼 노력하지 못했다 하여 낙담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짐을 마음에 새기고 미약하게라도 실천하는 한 모든 시행착오는 과정일 뿐이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위한 새로운 각오를 신정에 세워 잘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그대로 계속하면 되고, 하다 조금 삐걱한 작심삼일형 사람은 구정에 다시 마음을 잡아 새로 시작하자. 연말연시에 각종 모임의 참석으로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계획하지 못한 사람은 구정 전에 시간을 내어 각오를 세우고 실천하며 된다. 가급적 단순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들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
2023년 검은 토끼의 발자국 소리가 희미해지고, 2024년 푸른 용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시점인 이번 주일에 나를 위해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워보자. 좀 더 나아가 이웃과 사회를 위해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봉사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것도 좋겠다. 소란스럽고 날 선 세태에 다치지 않도록 서로 온기를 전하는 한 해가 되길, 더하여 모두의 다짐이 바람대로 이루어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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