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를 구독해서 맛본다고?”…전통주 샅샅이 파헤친 스타트업 ‘술담화’

유재영 기자 2024. 1.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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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한국 전통주 사업을 시작한 ‘술담화’ 이재욱 대표. ‘술담화’ 제공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 월, 연 단위로 구독해 사용하는 소비 방식을 ‘구독 경제’라 하는데, 국내 전통주를 정기 구독 상품으로 서비스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일정 구독료를 내면 전통주 전문가들이 엄선한 전국 각지의 전통주를 배송받을 수 있다. 2018년 설립한 전통주 구독 플랫폼 스타트업 ‘술담화’가 전통주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뛰고 있다.

‘술담화’ 이재욱 대표는 대학 생활을 했던 홍콩과 교환학생 시절 방문했던 멕시코, 대만 등에서 한식 관련 행사 등을 진행하면서 관련 분야 진출을 구상했다. 2017년 겨울방학 때 한국에 들어왔다가 전국에 3000여 종의 전통주가 양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대표는 바로 전통주 공부를 시작했다. 그 무렵 전통주 온라인, 인터넷 판매도 전격 허용됐다.

“당시 전통주는 대형 쇼핑몰 사이트에서 주로 판매됐는데, 구매할 때 성인 인증 절차부터 최종 구매 단계까지 너무 번거롭더라고요. 구매 의지가 꺾일 정도였어요. 전통주 정보, 스토리도 부족했죠.”

이 대표는 그 후 3개월을 꼬박 매달려 소비자들이 전통주를 편리하게 구매하고, 전통주의 우수함과 스토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친구 몇몇과 의기투합해 ‘술담화’를 설립했다.

“창업 당시에는 ‘구독 경제’ 개념이 대중화되지 않아 먼저 전국의 전통주를 소비자가 다양하게 접하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죠. 이어 전통주에 관한 콘텐츠와 스토리를 담아 큐레이션(선별, 추천)하면 관심이 커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창업 후 ‘구독 경제’ 바람이 불면서 이 대표는 월 구독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전통주를 고리타분한 구식(old) 술로 보는 편견도 깨려 했다. 그래서 전통주 소믈리에가 엄선한 전통주를 스토리, 정보와 함께 추천하고, 구독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안주에 맞춰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전통주 시장 자체가 작고 소비자층도 대단히 제한돼 초반 반응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전국에 퍼져 있는 양조장의 데이터가 더 필요했다. 전통주 관련 동호회를 만들어 술을 공동 구매해 시음하고 향과 맛, 특징을 세밀하게 파악했다. 이 대표는 기성세대와는 음주 소비 방식이 다른 MZ세대에게 전통주가 어필하려면 전국 각지에 산재돼 있는 훌륭한 전통주를 제대로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이에 전국의 약 1400개 양조장 중 약 80%를 차지하는 4인 이하의 영세한 양조장에서 나름 전통을 고수하며 만든 특별한 전통주를 계속 발굴해 왔다.

이런 활동에 힘입어 구독 서비스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술담화’ 구독 서비스와 스토어 홈페이지에서는 전통주마다의 다양한 특성을 향미 그래프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구독 서비스 프로그램은 ‘종합’, ‘약청주’, ‘증류주’ 등 3가지 상품이 있다. 약 1만 명이 월 구독을 하고 있다. 30대가 가장 많은데 최근에는 40대 구독자가 늘어나고 있다. 해외 고객을 상대로 하는 구독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적극적 행보 덕에 이 대표는 최근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의 영향력 있는 30인(Forbes 30 under 30 ASIA 2023)’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아예 양조장도 직접 운영한다. hy(한국야쿠르트)와 함께 ‘막쿠르트’ 상품도 내놨다. 야쿠르트와 막걸리를 배합해 두 가지 맛을 절묘하게 살린 독특한 막걸리다.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면서도 중독성이 있는 떡볶이, 곱창볶음 등에 어울리는 막걸리를 찾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술담화’를 통해 술이 중심이 아닌 ‘담화’가 중심이 되는 것으로 술 문화가 발전했으면 합니다.”

이 대표는 이런 흐름의 전통주 사업이 확대되면 한국 쌀 농업 발전과 농가의 경제에도 더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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