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바뀐 생명표... “종신보험은 4월 이후, 연금은 4월 전”
올해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등 보험 상품에 가입하려는 고객은 가입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최근 5년 만에 경험생명표가 개정되면서, 보험사들이 평균 수명 변화를 반영한 새 보험 상품을 오는 4월부터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상품에 따라 4월부터 보험료가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경험생명표는 보험개발원이 전체 생명보험사의 가입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상 3~5년마다 작성하는 성별·나이별 사망률 표다. 보험사는 이 경험생명표와 함께 회사 실적 등을 참고해서 보험료를 책정한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보험 상품에 개정된 10회 생명표를 적용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소비자가 내야 할 보험료에도 변동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개정 작업을 완료한 ‘제10회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자 평균 수명은 86.3세, 여성은 90.7세로 집계됐다. 5년 전보다 남녀 각각 2.8세, 2.2세씩 늘어났다. 특히, 여성 평균 수명이 90세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험생명표는 생명보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통계청이 발표하는 평균 수명보다 긴 편이다. 보험개발원은 “의료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돼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연금·건강보험은 4월 전, 종신보험은 4월 이후에 가입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품별로 유불리가 달라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연금보험과 건강보험은 10회 경험생명표가 적용되는 4월 전에 가입하고, 종신보험은 4월 이후에 가입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유리하다.
종신보험의 경우 사망률이 줄어들면 일정 기간 내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사망보험금도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소비자가 내야 할 보험료를 깎아줄 여력이 생긴다. 실제로 2019년 9회 생명표 적용 당시 종신보험 보험료는 평균 3.8% 인하됐었다.
반면 건강보험은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앞으로 질병 발생률이 늘어나고 수술 건수 등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상 보험료가 인상되는 방향으로 조정된다. 노중필 교보생명 상품개발팀장은 “암 보험 등은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급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연금보험의 경우에도 기대 여명이 늘어날수록 연금 수령자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에 동일 연금액을 받기 위해서는 납입해야 할 보험료가 늘어나게 된다.
◇보험료, 얼마나 오르고 내릴까
예금보험공사 ‘금융상품 동향 브리프’ 자료를 참고하면 이번 경험생명표 개정으로 보험료가 얼마나 절감될지 예측해볼 수 있다. 예컨대, 50세 남자가 20년 납부로 종신보험 1억원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를 보자. 현재 소비자가 납부해야 할 월 보험료는 36만2000원 수준이지만, 개정 후엔 34만7000원 수준이 된다. 한 달에 1만5000원씩 납입 기간 전체에 걸쳐 총 360만원의 납입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경우엔 반대로 소비자가 돈을 더 부담해야 한다. 40세 남자가 20년 납부로 건강보험 1억원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 현재는 월 보험료 2만90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개정 후 월 보험료는 3만1000원으로 소폭 올라 총 납입 보험료를 31만원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암, 뇌출혈, 심근경색, 수술 등 4개 담보 상품 기준이다.
◇'무조건 갈아타기’나 절판 마케팅엔 주의를
그러면 기존 보험 가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존에 가입한 보험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변경이나 해지를 할 경우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보험으로 갈아탈 경우 그간 납입한 총 보험료보다 적은 환급금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새롭게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 납입 기간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기 때문에 이득이 아닐 수 있다.
또 가입이 필요한 상품인지 소비자 스스로 따져봐야 한다. 필요하지 않은 상품인데 보험사들의 “지금이 싸게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식의 절판 마케팅에 현혹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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