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범죄자만 만세 부르는 수사권 조정, 이대로 좋은가
검수완박이니 검수원복이니 신문지상을 들썩이게 했던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언론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 나라는 지능 범죄자, 사기 범죄자들의 천국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하에서 이루어진 검수완박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검수원복을 했다고 하나 진정한 원상 복귀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사의 큰 틀은 여전히 경찰에 맡겨져 있다.
근래에 지인이 억울한 일을 당하였다고 도와 달라고 하여 지인의 일에 관여하면서 그동안 이루어진 수사권 조정 이후의 수사 실체가 실제로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이 기회를 통하여 필자가 알게 된 것은 현재 상태의 수사권 분배를 그대로 두면 대한민국은 머지않아 범죄자의 천국이 될 수도 있다는 무서운 사실이다. 아마도 수사권 조정 이후에 범죄 피해를 당하여 경찰에 고소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깊이 공감하리라 본다.
현재의 경찰에는 수사를 지휘할 법률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수사 업무는 마냥 미루어지고 그 시간 동안 범죄자들은 증거인멸과 조작을 시도한다. 수사에 착수하여도 수사관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한 범죄자들은 그 틈새를 유유히 헤엄쳐 혐의를 벗을 길을 찾는다. 돈 많은 범죄자들은 유능한 변호사들을 고용하여 혐의를 벗을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는 것이다. 반면 가난한 피해자들은 돈이 없어 변호사를 고용하지 못하고 경찰 수사관만 바라보다가 오래 걸리고 질이 나쁜 수사의 결과를 받고 눈물짓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현재 범죄 수사의 판은 범죄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판이고,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는 무전무능의 판이다. 물론 현재도 범죄 피해자는 수사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서 검찰이 재수사를 명하여도 다시 경찰이 재수사를 하게 된다.
수사란 무엇인가? 단순히 잘못이 있는지에 관한 사실 조사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범죄의 구성 요건 해당성 여부를 두고 그 구성 요건에 사실관계가 해당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수사이다. 따라서 그 범죄의 구성 요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 수사의 방향은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찰 수사관 중 법률 전문가는 드물다. 그러니 수사관들이 자신 있게 수사를 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지휘를 받아서 수사를 하였지만 지금은 경찰이 단독으로 수사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경찰에 출입하는 변호사들의 주된 일은 수사관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법률 지식을 잘 설명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범죄자들은 지금의 수사 체계에서는 수사망을 잘 빠져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능 범죄, 사기 범죄는 사안이 복잡하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사건이 많아 업무가 과중한 지금의 경찰 수사관들은 우선 복잡한 사건을 회피하려고 하기 쉽다. 더구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엘리트 경찰관들이 수사관 보직을 피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필자가 사기꾼이고 지능 범죄자라면 경찰 고소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다. 아직 많은 범죄자가 이렇게 바뀐 경찰 수사를 경험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시간이 지나서 범죄자들이 경찰 수사의 실체를 잘 알게 되면 이것을 활용하여 경찰수사를 겁내지 않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으로 본다. 이대로는 안 된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 법률 전문가의 일을 맡긴 현재의 수사권 조정 시스템은 국가 사법 시스템을 근본부터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
만약 현재의 수사권 분배를 유지하려면 수사팀마다 법률 전문가를 배치하여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과거처럼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와 같은 인력 체계를 가진 경찰에게 인력 체계의 근본적인 개편 없이 독립적 수사권을 맡긴 것은 현실을 모르는 이상론에 불과한 것이었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모든 것을 정치적 문제로만 보고 현실을 도외시한 정치 세력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이 문제는 차기 국회가 반드시 해결하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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