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50] 킹스크로스역 9와 4분의 3번 승강장
해리는 지나가는 역무원을 불러 세웠지만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이란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역무원은 호그와트라는 곳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고, 해리가 그곳이 이 나라 어느 지역에 있는지조차 말하지 못하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해리가 절망감을 느끼며 11시에 출발하는 열차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역무원은 그런 열차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역무원은 시간을 낭비했다느니 어쩌니 투덜거리며 성큼성큼 가버렸다. 이제 해리는 공황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 조앤 롤링 ‘해리포터’ 중에서
2021년 8월 15일, 육군은 ‘광복군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포스터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한창 반일 감정을 부추길 때여서 한국은 식민지, 국군의 주적은 일본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전 정권은 ‘국방백서’에서 북한이 주적이라는 걸 지우고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 침해하는 세력’이 적이라고 고쳐 썼다. 북한을 주적으로 재명시한 건 2022년, 6년 만이었다.
북한은 우리를 ‘불변의 주적’이라 선포하고 전쟁 시 남한을 점령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한반도 위기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위협과 실행은 다르다. 최근 실시한 ‘한·미·일 연합 해상 훈련’처럼 우방과 이룬 동맹은 허술하지 않고 북한의 남침은 현실적이지 않다.
킹스크로스역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은 해리포터를 꿈과 모험의 세계로 데려가는 통로다. 평화를 남발하던 시절, 종북, 친북, 간첩에게만 열리는 문이 있었다. 북한의 적국 규정은 현 정권을 공격할 구실을 주는 것이지만, 평화 놀이에 동참하지 않고 비밀의 문을 닫겠다는 공식 선언이기도 하다. 이에 야당 대표가 ‘우리 북한, 김정일, 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다.
김정은 부부가 후계자로 내세운 어린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전쟁일까? 경계를 풀어선 안 되지만 군사적 도발이나 러시아 방문, 동족 관계 부정은 대한민국에 흡수되어 사라지느니 독립국으로 인정받아 권력을 세습하려는 북한의 필사적 자구책일지 모른다. 체감하지 못해도 지구가 시속 1670km로 자전하고 초속 30km로 공전하듯, 세상은 매 순간 변한다. 북한조차 예상 밖의 변화를 모색 중이다. 구태의연한 건 종북과 친북에 함몰된 우리나라 정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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