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대법 “멕시코 국경 철조망 제거”… 트럼프측 “집권땐 재건”

김보라 기자 2024. 1.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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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대법관도 연방정부 손 들어줘
바이든 행정부 이민자 포용정책에
트럼프 “대형테러 있을것 100% 확실”
대선 정국 ‘낙태’이어 ‘이민’ 핫이슈로
이달 3일 미국 의원단이 텍사스주-멕시코 국경에 주(州)정부가 설치한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한 철조망을 둘러보고 있다. 이글패스=AP 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남부 텍사스주가 중남미 불법 이민자 차단을 목적으로 멕시코 국경지대에 설치한 철조망의 일부를 끊거나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22일 판결했다. 그간 조 바이든 행정부는 텍사스주가 ‘죽음의 덫’으로도 불리는 날카로운 철조망을 설치하는 것을 비판하며 철조망 절단 등으로 대응했다. “국경 관리는 연방정부의 권한”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바이든 행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다만 대법관 9명 중 5명이 찬성하고 4명은 반대하는 등 대법원 내부에서도 이 사안을 둘러싼 진통이 적지 않다. 11월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대선에서 승리하면 집권 때 설치를 시작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중단시킨 국경장벽을 다시 건설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이민, 낙태 등의 의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가 뽑은 배럿도 “장벽 제거 가능”

배럿 대법관
이날 판결에 찬성한 대법관은 총 5명이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외에도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찬성했다.

특히 배럿 대법관은 국경장벽 건설을 주요 치적으로 꼽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직접 발탁했다. 그는 낙태 의제에는 초강경 보수 성향이나 이민, 의료보험, 총기 등에서는 종종 중도 혹은 진보 성향을 보였다.

보수 성향이 짙어 공화당 텃밭으로 꼽히는 텍사스주는 2021년 3월부터 주(州)의 별칭을 딴 ‘론스타 작전’을 통해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불법 이민자의 주요 월경 통로인 리오그란데강 일대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금속이 박혀 스치기만 해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철조망을 설치했다. 이에 걸려 적지 않은 이민자가 심하게 다치자 바이든 행정부는 철조망 일부를 절단하며 맞섰다.

이에 텍사스주는 “연방정부가 주 재산을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격인 지방법원은 철조망 훼손을 허용했다. 2심 격인 항소법원은 “소송 중에는 훼손을 일시적으로 금한다”며 중도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자 바이든 행정부는 2일 대법원의 개입을 요청했다. 20일 만인 이날 대법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주무 부서인 국토안보부는 “텍사스주는 불법 이주를 줄이지도 못하면서 연방정부 인력이 일하는 것만 어렵게 만들었다”고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이번 판결은 텍사스주와 바이든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텍사스주가 불법 이민자를 강제 출국시킨 것이 법 위반이라며 주를 고소했다. 5월에는 텍사스주가 지난해 설치한 300m 높이의 수중장벽 철거에 관한 심리도 시작된다.

● 공화당 ‘이민’ vs 민주당 ‘낙태’ 의제 집중

이민에 포용적인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멕시코 국경지대를 통한 불법 이민자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서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대선 쟁점으로 삼고 있다. 그는 17일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바이든의 이민 정책 탓에 미국에 대한 대형 테러 공격이 있을 것이 100% 확실하다”는 주장까지 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60여 명 또한 최근 국경지대를 찾아 “(불법 입국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만든 참사”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맞서 낙태 의제를 쟁점화하고 있다. 대법원은 1973년 이후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2022년 6월 폐기했다. 다섯 달 후 중간선거에서 이에 반발한 중도 유권자들은 대거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상원 다수당을 잃을 가능성이 컸던 민주당은 이에 힘입어 다수당 지위를 지킬 수 있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도 낙태를 쟁점화해 비슷한 현상이 재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로 대 웨이드’ 판결 51주년인 22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성들이 조용히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부터 전국을 돌며 낙태권 지지 캠페인을 벌인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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