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민은 먹고사느라 사투, 권력은 서로 살려고 사투
며칠 동안 전국이 혹독한 추위에 시달리고 있다.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 속에서 사람들은 몸을 덜덜 떨면서도 출근길에 올라야 했다. 청소원, 경비원들은 옷을 겹겹이 껴입고 칼바람을 뚫으며 야외 현장으로 향했다. 춥든 덥든 상관없이 우리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생활고 속에 난방비 폭탄을 걱정하는 이도 많다.
매일매일이 전쟁 같은 국민들은 날씨보다 경제가 더 걱정이다. 지금도 힘들지만 내일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잘 안 보인다. 나이가 지긋한 택시 기사는 묻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이 혹한과 경기 침체와 사투를 벌일 때 정권의 1인자와 2인자가 충돌했다는 낯선 뉴스는 국민의 힘을 빠지게 했다. 서울에서 부산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소식도 처음엔 괜찮았는데, 이젠 별로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서민들은 먹고살기 급급한데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화려한 의전을 받는 걸 보면 영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국익을 위한 대통령 외교라는 말도 그래서 가끔은 와닿지 않는다는 말도 들린다.
국민을 더욱 실망시키는 것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싸움 원인이 민생과 아무 상관없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논란이라는 것이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만나 김 여사 문제를 거론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한 위원장은 이를 공개 거부하는 장면이 지난 주말 이후 드라마처럼 이어졌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대통령의 최측근이 불과 한 달 만에 조기 하차 논란에 휩싸인 걸 납득할 국민들이 몇이나 될까. 둘의 갈등이 알려진 다음 날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 불참했다. ‘뒤통수 맞았다’ ‘끝까지 가보자는 거냐’는 험한 말이 오갔단 얘기도 들린다.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온 나라를 떠들석하게 할 일인가. 택시 기사는 “옛날에 들었던 (정치 다큐멘터리) 라디오 드라마 ‘격동 30년’ 같아요. 아니 더 심해”라고도 했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서천 화재 현장에서 만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1시간 동안 기차를 같이 타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정치 현안 언급 없이 민생과 관련한 건설적인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한다. 민생을 챙기겠다는 다짐이 빈말인지 아닌지는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과거 정치인들은 ‘민심은 호랑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조용하지만 권력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민심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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