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4] 인공지능 문학은 인간 실격인가
결국 이런 날이 왔다.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쓴 소설이 일본 최고 문학상을 받았다. 아쿠타가와상이다. 좋아하는 오에 겐자부로, 마쓰모토 세이초, 엔도 슈사쿠가 모두 이 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다자이 오사무는 심사위원 가와바타 야스나리 반대로 수상에 실패한 뒤 원한을 품었다고 한다. 나야 ‘인간 실격’은 스물아홉 넘은 자는 견딜 수 없는 소설이라 생각하므로 ‘설국’ 작가가 반대했다면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믿는다.
올해 상을 받은 소설은 여성 작가 구단 리에의 ‘도쿄도동정탑’이다. AI가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아 언어에 대한 자기 통제가 일어나는 사회를 그린 소설이다. AI가 쓴 소설이라는 표현은 조금 과장이다. 작가에 따르면 전체 5% 정도만 AI가 쓴 문장이다. 이 정도면 반칙은 아닐 것이다. 반칙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문학계는 뒤집어졌다. “차라리 아쿠타가와 AI상을 만들라”는 불평이 터져 나왔다. 논쟁이 불거지자 주최 측은 결과를 뒤집을 생각이 없다고 발표했다.
생성형 AI 도움을 더 많이 받아 쓴 소설이 후보에 오른다면? 그럼에도 문학적 가치가 충분하다면? 나로서도 종잡을 수 없는 주제라 생성형 AI 챗GPT에 물어봤다. “창작자 노력 없이 챗GPT가 모든 작업을 대신하는 경우 수상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너무 보수적인 답변 같아 AI도 소설가가 될 수 있냐 물었다. “그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언젠가는 자기도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은밀한 욕망이 읽힌다면 그건 내가 ‘터미네이터’를 너무 많이 본 탓일 것이다.
사실 이 칼럼의 많은 부분은 자료 조사부터 문장 구성까지 30% 정도 인공지능 도움으로 썼다. 나는 평소와 같은 원고료를 받아도 괜찮은 걸까. 역시 챗GPT에 물었다. “해당 매체 정책에 따라 다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선일보 정책은 원고료가 입금되는 날 알 수 있을 것이다. 30% 삭감된 원고료가 들어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인공지능 인간 실격(人間 失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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