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타고 마주앉은 1시간… 민생 얘기 길게 나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서천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상경하는 기차에서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거취 문제 등 쟁점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차에는 두 사람 외에 의원, 장관, 대통령실 참모 여러 명이 있었기 때문에 재해 대책 외에 민감한 정치 얘기가 오갈 상황이 아니었다고 한다. 여권에선 두 사람이 신뢰를 확인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잠재적인 불씨는 살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 갈등의 직접적 원인이 된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 여권에선 한 위원장이 이미 공개 입장을 밝힌 만큼 의견 표명을 자제하면서 대통령의 발표를 기다리는 쪽으로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난주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했고, 한 위원장이 영입한 인사들이 김 여사의 사과를 주장하면서 대통령실과 갈등이 폭발했다.
다만 대통령실의 입장 발표가 늦어질수록 한 위원장은 “명품 가방에 대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수도권 출마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당 관계자는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는데 대통령이 기자 간담회든 방송 대담이든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경율 비대위원 거취 문제도 양측의 쟁점이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김 비대위원이 서울 마포을에 출마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이 “불공정 공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김 비대위원이 ‘김 여사 리스크’를 주도적으로 제기해 갈등을 촉발한 만큼 ‘정무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김 비대위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이 당장 자진 사퇴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 측 인사는 “김 위원은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면서 보고 들은 분위기를 전한 건데, 그걸 문제 삼아 사퇴시키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했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는 설 연휴 이후 김 비대위원을 포함해 총선에 출마하기로 한 구자룡·박은식 비대위원 등이 ‘공정하게 공천받겠다’며 자연스럽게 물러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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