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김정은의 건설정치, 욕망의 모노리스
김정은 집권 10년을 가장 함축적으로 특징 짓는 용어는 핵무기 고도화와 함께 ‘건설’일 것이다. 2012년 집권 이후 거의 매년 대규모 아파트 건설 외에도 굵직한 건축물들이 전국 도시 곳곳에서 건설됐다. 집권 12년 내내 북한은 ‘공사 중’이었다. 특히 코로나19 비상방역 속에서도 매년 1만가구씩, 2025년까지 평양에 총 5만가구의 살림집을 지었다.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 핵무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동시에 평양과 지방에 대규모 살림집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
김정은식 건설정치는 ‘사회주의문명국론’ 및 ‘핵강국론’과 표리일체로 담론화돼 왔다. 사회주의문명국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2013년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선언하며 그 지위에 걸맞은 문명국의 위용을 강조해 왔다. 대규모 건설과 거리 조성 등을 통한 통치 공간의 스펙터클화, 도시의 경관화는 ‘핵강국’의 위상과 정당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시각적 담론에 해당한다. 이 용어들은 이후 강성국가, 전략국가 등으로 변용되지만 뜻하는 본질은 동일하다. 다시 말해 건설정치는 ‘핵정치’와 연결돼 있는 것이다. 또 대규모 건설사업은 시장메커니즘과 결합된 ‘김정은식 경기 부양’ 및 ‘시장 효과’와도 관련돼 있다. 도시 건설사업 붐은 정권의 이해, 주민 및 관료들의 이해, 그리고 시장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아파트 건설은 정치적인 경관 또는 통치전략과도 관련이 있다. 북한에서 아파트는 과거부터 체제의 우월성을 전시적으로 보여주기에 좋은 인공물이었다. 여기에 건설 ‘속도’를 강조하면서 도시의 경관을 빠른 시간에 전변시키는 ‘기적’의 상징이었다. 대규모 아파트로 가득 찬 경관과 건설 실적은 발전 또는 체제 우월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간주됐다. 보여주기 위한 계획적 미화, 권력의 상징으로서 기념비적인 것, 연극으로서의 건축에 해당한다.
북한에서 아파트 건설이 대규모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72년에는 평양을 ‘혁명의 수도’이자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선전도시로 선포하고 본격적인 대형 건축물 축조, 주택 및 신시가지 건설에 돌입했다. 1974년 김정일은 후계자로 공식화된다. 김정일은 후계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본격적으로 아버지 김일성의 우상화와 유일지도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대규모 살림집 건설은 김정일의 업적 쌓기 차원에서 구상되고 실행됐다. 경제난으로 인해 1990년대 초 중단됐던 북한의 아파트 건설은 2008년 재개됐다.
김정은 집권 이후 대규모 아파트 건설은 결과적으로 ‘부동산 열풍’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로 부를 축적한 신흥 부유층의 등장은 이제 새롭지 않다. 아파트 부동산 시장의 번성은 음성화돼 있던 부동산 거래 시장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김정은의 집권 이후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양과 주요 도시에서 지위가 높은 간부와 부유층 사이에서는 아파트를 통해 자신이 가진 권력과 위세를 과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로 인해 아파트 실내장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내장식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권세를 과시하는 측면 이상으로 자신의 사적 공간을 꾸미는 욕구와도 관련 있어 보인다.
북한에서 아파트 건설은 권력기관들이 자신의 기관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개별 관료들이 자신들의 개인 이익을 챙기는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 또 위로부터 자신들에게 할당된 건설 할당량을 없는 능력 속에서 달성하고 한편으로 이익 역시 내려는 도시 내 주요 권력기관·기업소의 생존논리,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통해 통치 능력과 치적을 과시하려는 당국과 최고 지도부의 정치적 욕구, 아파트 부동산 거래를 통해 보다 많은 차익을 남겨 부를 축적하려는 민간 자본의 경제적 욕구, 그리고 아파트 건설에 들어가는 각종 자재, 강재, 시멘트, 장비, 인력 등으로 인해 활성화된 각종 생산 및 유통시장의 관계자들이 결합돼 북한의 건설시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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