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당신 옆에 막말·증오 정치, 낙선
現정치에 생소하게 다가와
최종윤 불출마 선언문에 答
앵커가 묻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손학규 전 대표가 답한다. “등산도 하고, 좋은 사람들하고 막걸리도 마시면서 잘 지냅니다.” 그가 말한 ‘좋은 사람들’에 들어가지는 않을 거다. 그저 가끔 자리에 끼어 앉는 ‘인연’ 정도다. 그런 정도의 망년회였다. 늘 그랬듯 건배사를 한다. “고급 인재들은 의사만 되려고 하고. 첨단 산업에 가려 하지 않는다. 나라가 걱정이다.” 작은 방에 편한 몇 사람이 전부다. 거기서도 그는 그렇게 말했다. ‘나라’, ‘경제’, ‘정치’....
그 한 달 전, 그가 국회 정론관을 찾았다.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 내용에 대한 판단은 제각각이다. 나도 판단이 있지만 그걸 쓸 생각은 없다. 다만, 꼭 짚고 가려는 것이 있다. 정치 언어다. ‘민주주의, 사회 정의, 국가 번영’을 얘기했다. ‘상대 배려’, ‘국가 통합’, ‘지도자 함량’을 말했다. ‘선당후사’ 말고 ‘선국후당’이 옳다고 했다. 당(黨)보다 국가(國家)여야 한다는 얘기다. 아주 특별하게 들렸다. 요즘 정치 언어와 비교되기 때문일 거다.
정치란 원래 말로 하는 것이다. 말이 승부를 결정 짓는 무기다. 그 무기가 너무 더러워졌다. 국가와 국민은 사라진 지 오래다. 수준은 욕설이고 내용은 모독이다. “너 진짜 맞는 수 있어” 기자에게 했다. “양아치.” 상임위에서 했다. “노숙자 느낌.” 세월호 참사 때 했다. “빈곤 포르노.” 영부인에게 했다. “시체 팔이.” 이태원 참사 때 했다. “돌팔이 과학자.” 후쿠시마 오염수 때 했다. “날파리 선동 프레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때 했다.
“△△△이”, “뻔뻔한 ○○”.... 차마 옮겨 적지 못할 욕설도 많다. 썼다간 당장 신문윤리위원회 경고를 맞을 판이다. 모두 상대 후벼 파는 저급한 말이다. 이런 말이 국회에서 연일 중계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찾아봤다. 2020년 개원한 이번 21대 국회에 접수된 의원 징계안이 47건이다. 이 중 13건이 막말·망언 관련이다. 점잖은 정치 언어는 되레 퇴출됐다. 점잖아선 부각되지도 않는다. 쇼츠 영상은 막말 욕설의 홍보 공간이다.
“DJ도 약속 어겼다고? 김대중에 견줄 자격이 있나.” 그날 손 지사 인터뷰에 나온 말이다. YS, DJ, 그리고 JP의 언어? 투박했던 정치언어가 YS다.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 온다’는 정도다. 전설적인 5시간19분 필리버스터 DJ다. 그 많은 연설에도 막말 논란은 없었다. JP 정치 언어는 풍류와 비유의 촌철살인이다. 은퇴조차 ‘해는 저물면서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고 말하며 갔다. 감히 이런 정치 언어에 견줘 보겠다는 건가. 이 천한 언어로.
유권자도 진저리 친다. 한국갤럽이 12일 여론조사를 냈다. 질문이 재미 있다.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 될까 봐 걱정이냐.’ 세 번째로 ‘막말, 혐오 발언하는 사람’이 꼽혔다. 막말 욕설 정치 퇴출을 원하는 목소리다. 그 기회가 총선인데 다행히 코앞이다. 검색해서 확인하자. 확인되면 떨어뜨리자. 이거 안 하면 4년을 또 들어야 한다. 막말과 증오로 범벅된 정치 언어를. 또 봐야 한다. 그 더러운 입으로 거들먹거리는 꼴을. 때마침 인용할 언어를 찾았다.
-죽이는 정치, 보복의 정치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닙니다. 본회의장은 여과없이 분출되는 야유와 비난의 장이었습니다. 누가 더 상대방에 대한 증오를 효과적으로 생산하는지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내일 상대방이 가장 아플 말을 찾는 것이 우선 과제였습니다. 말로 칼을 빚어 정치적 상대방을 공격하고 당사자는 더 크게 되돌려주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개선을 위한) 답을 드리는 것이 총선의 사명인데 저는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종윤 의원(하남)의 불출마 선언문이다. 본회의장 안에서 직접 체험했을 후기다. 21대 국회가 남긴 가장 값진 정치 언어다. 이 명문(名文)으로 칼럼의 결론을 대신한다. 아무리 읽어 봐도 여기에 보탤 글귀는 없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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