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안초등학교, 석면 공사 규칙 무시하다
석면의 위해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증명한다. 최상위 등급인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해 놨다. 일반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입자다. 호흡기에 유입되면 폐암을 유발한다. 아동기에 유입돼 성인기에 발병하기도 한다. 시민들도 ‘침묵의 살인자’라는 공포를 알고 있다. 그만큼 처치에 대한 규제가 구체적이고 엄격하다. 작업자는 방진복을 입어야 하고, 사전 점검도 철저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현실에서는 안 통한다. 그 적나라한 예가 보도됐다.
화성 기안초등학교 석면 천장 해체 공사다. 석면 제거를 위해 지난해 12월23일부터 사흘간 사전 청소를 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폐기물관리법 등이 절차를 정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교육부가 작성한 것이 ‘학교시설 석면 해체·제거 안내서’다. 사전에 청소 작업을 하고, 석면모니터단으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후에는 보양 작업과 음압기를 가동해야 한다. 석면 가루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조치다. 이를 위반하고 진행하면 모두 위법이다.
기안초 공사 현장은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 석면 텍스 재질의 3층 복도 천장과 에어컨 등 천장 설비가 임의로 뜯겨졌다. 문제는 이런 위법성과 위험성을 학교 측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천장 석면 텍스가 뜯겨져 나간 것은 확인했다. 이걸 “어차피 철거 전 보양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럴 거면 복잡한 규제 법령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석면 위해성 교육을 하면 뭐하나.
‘석면 몇 장이 큰 문제가 되겠는가’라는 안일한 판단이다. 더 구조적인 현장의 문제도 확인됐다. 석면모니터단의 역할이다. 이런 공사를 감시하라고 둔 기구다. 기안초 현장을 모니터단이 점검한 건 12월 26일이다. 이때 석면 텍스 일부가 임의로 철거된 사실을 확인했다. 내린 판단은 학교 측과 같다.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러니 출입 통제 등 아무런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 관련 지식도 없는 모니터단이 모니터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모니터단 운영 자체에 대한 문제다. 석면모니터단은 해당 학교장이 단장을 맡는다. 학부모, 시민단체, 감리원, 전문가 등 10명 내외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들의 석면 식견이 대단히 빈약하다. 관련 교육 2시간 정도를 받는 게 전부다. 이나마 강제가 아니다. 안 하겠다면 그만이다. 상황이 이러니 학교의 판단이 곧바로 모니터단의 판단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문제 될 줄 몰았다’는 똑같은 해명을 하는 기안초 학교와 모니터단의 예가 그렇다.
석면은 막아야 할 발암물질이다. 그 규제가 학교 공사 관련 규정이다. 현장의 적용을 엄격히 하고, 제도의 현실성을 따져 봐야 한다. 안 지키면 아이들이 죽어 나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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