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오너 2~4세, 연이은 지분 확대…경영 승계 시동거나
미래에셋 박준범·한국투자 김동윤·대신증권 양승주 등
최근 지분 늘리면서 존재감 각인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증권사의 오너일가가 최근 보유 지분율을 늘리면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회장직을 맡고 있는 오너 1~2세가 아직 건재한 데다 자녀들의 나이가 비교적 어린 만큼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분을 꾸준히 모아 경영 승계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장남 박준범(31) 미래에셋벤처투자 심사역은 지난달 26일 박 회장의 여동생이자 고모인 박정선씨의 미래에셋컨설팅 보통주 2만5884주(3.33%)를 무상으로 수증했다.
이에 박 심사역은 보유 지분이 종전 8.19%에서 11.52%로 늘어 박 회장(48.63%)에 이어 미래에셋컨설팅의 2대 주주에 올랐다. 기존 미래에셋컨설팅 2대 주주는 박 회장의 부인이자 박 심사역의 모친인 김미경 씨(10.24%)였으며 박 심사역은 누나인 박은민, 하민 씨와 함께 8.19%를 보유해 왔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자산운용, 증권, 캐피탈 등 그룹 내 사업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로 박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자 지분 91.86%로 이뤄진 오너 회사다.
그러나 박 심사역의 이번 지분 변경을 통한 2대 주주 등극이 경영 승계를 위한 발판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창업주인 박 회장이 그간 미래에셋그룹을 오너 2, 3세에 물려주는 세습 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회장은 지난달 26일 미래에셋희망재단에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25%를 기부하는 주식기부약정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박 심사역의 사내 업무도 현장 일선에서 투자를 담당하는 역할로, 심사역을 맡은 후 아직 변경이 없다. 다만, 박 심사역의 지분이 늘어났기 때문에 향후 이사회에서 입김이 생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주식기부약정서 체결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기부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라 구체적 시점이 정해지지는 않았다"며 "주식 기부 약속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약속한 박 회장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 회장의 장남 김동윤(31) 한국투자증권 대리도 최근 보유 지분을 꾸준히 늘리면서 주목을 받는다. 다만 미래에셋 박 심사역과 1993년생 동갑내기인 김 대리는 증자 형태가 아닌 장내 매수로 지분을 늘리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대리는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총 9차례 장내 매수를 통해 한국금융지주 보유 지분을 늘렸다. 종전 0.09%에 불과한 지분은 이번 연이은 주식 매입을 통해 0.39%까지 늘어났다. 꾸준히 매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추가 매입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오너 2세인 김 회장의 한국금융지주 보유 지분은 20.70%다.
업계에서는 김 대리의 이번 지분 매입을 한국금융지주의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업무 위치도 투자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파트가 아닌 경영 전반을 관리하는 경영전략실이며, 김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는 해석에서다.
지분만 봤을 땐 아직 1%가 채 되지 않지만 김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자 오너 지분이 이번 김 대리의 연이은 지분 매입을 통해 21.09%까지 늘어난 것도 관심사다. 한국금융지주는 투자증권, 투자저축은행, 투자캐피탈, 투자부동산 등 사업 계열사를 자회사로 둔 지주사로 2대 주주는 국민연금(8.71%)이다.
대신증권은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이 모친인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이사회 의장직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시작했다. 오너 4세인 양승주(13) 군도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양 부회장의 장남인 양군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꾸준히 지분을 늘렸고, 이달 12일까지 주식 추가 매입을 통해 0.31%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다만 양 부회장이 이제 막 3세 경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경영 승계 작업이 이뤄지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감지된다. 2011년생인 양군이 아직 미성년자이며, 지분 매입으로 양 부회장의 입김을 늘리는 동시에 4세 승계 작업을 미래 준비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정도다.
이 외에도 윤경립 유화증권 대표의 장남 윤승현(35) 씨도 지분을 늘려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는 오너3세로 꼽힌다. 지난해 3월부터 보유 지분을 꾸준히 늘린 윤 씨는 지난 22일 3차례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5.60%까지 끌어올리면서 윤 대표(22.12%)에 이은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오너인 윤 대표가 통정매매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후계자의 지분을 늘려 오너 공백을 대비하고 있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 씨는 유화증권에서 근무하고 있으나 경영일선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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