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이상훈]코스피는 왜 日증시에 더블스코어로 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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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도 매일 세워지면 뉴스가 아니다.
일본 증시 상승세는 올해 들어 반짝한 단기 성적이 아니다.
1980년대 말 일본 증시를 이끈 종목은 은행, 증권 등 금융사였다.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자산 가치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고 금융 주도로 상승했던 일본 증시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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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엔저-정부 지원 무기로 멀찌감치 앞서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는 34년 전 최고치였던 3만4000엔 선을 넘어 3만7000엔 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거품 경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 12월 29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3만8915엔) 경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국 코스피는 이달 3일 이후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중국 증시는 상하이 종합지수, 홍콩 항셍지수 등이 잇따라 떨어지면서 2016년 이후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일본 증시는 아시아 전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쾌조의 출발세다.
일본 증시 상승세는 올해 들어 반짝한 단기 성적이 아니다. 닛케이지수 기준 지난해 연초 대비 40% 넘게 오르며 세계 증시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시장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3월 7054엔까지 떨어졌으니 15년 새 증시 규모가 5배로 커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100대에서 최근 2,400대로 2.2배로 올랐다. 주가지수로는 일본이 한국을 더블스코어로 앞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1980년대 말 일본 증시를 이끈 종목은 은행, 증권 등 금융사였다. 거품을 주체하지 못하던 금융사들은 ‘묻지 마 대출’ 투자에 나섰다. 이 돈으로 개인은 아파트와 땅을, 기업은 골프장과 건물을 사들였다.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자산 가치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고 금융 주도로 상승했던 일본 증시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졌다. 장기 불황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금은 다르다. 일본 시가총액 상위 기업 면면을 보자. 도요타자동차, 소니그룹, 키엔스, 도쿄일렉트론, 미쓰비시상사…. 보험사를 거느리는 소니를 합쳐도 시총 10위 안에 금융사는 2곳에 그친다. 그 대신 자동차, 반도체 소재 장비, 화학 등이 대거 들어가 있다. 모노즈쿠리(もの造り·장인 정신)로 무장한 일본 대표 제조업체들이다.
애초부터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기술력에 엔저 장기화로 수출 가격 경쟁력까지 높아지면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은 날로 개선되고 있다. 채산성 지표인 매출액 순이익률이 상장사 기준 6%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TSMC 등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에 수조 원의 보조금을 쥐여주며 자국 투자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기에 자국 정부의 지원이 맞아떨어지면서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은 글로벌 공급망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 일본 증시의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세계적 투자자인 93세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일본 종합상사에 “앞으로 100년 동안, 아니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고 평가하며 지분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30년’이라며 일본 경제를 과소평가하는 동안 위기감으로 무장한 일본 기업은 국제 경쟁력을 차근차근 재정비했다. 아베노믹스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기업 투자 확대책도 힘이 됐다. 그 결과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가 상승이다. 한국은 어떤가. 말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면서 적극적 기업 지원책은커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같이 정부 내 논의조차 설익은 조치를 불쑥 내놓으며 불확실성만 키웠다. 경제는 글로벌 경쟁이다. 우리가 정쟁으로 시간을 보낼 때 선진국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고 있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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