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떻게 생각해?” 질문이 만드는 변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아주 사소한 것도 자기 마음대로 못 하고 부모에게 일일이 묻기도 한다. “엄마, 나 물 마셔도 돼?” “엄마, 나 화장실 가도 돼?” “엄마, 나 이거 하나 먹어도 돼?”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다 물어본다. 이렇게 아이가 자기 신변에 관련된 작은 결정도 스스로 못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마음대로 하려는 것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다. 자기 확신감이나 신뢰감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왜 그런 걸까? 첫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아이 자체가 불안감이 높은 경우다. 두 번째는 부모와의 관계 문제다. 부모가 실수를 잘 허용해 주지 않을 때 그럴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작은 실수에도 핀잔을 주고 혼을 내면 아이는 당연히 부모의 눈치를 본다. 자기 스스로 하고 싶어도 실수하면 본전도 못 찾기 때문에 부모한테 자꾸 물어본다.
부모가 아이에게 보이는 반응이 늘 무덤덤해도 아이가 자꾸 물을 수 있다. 아이가 “엄마, 나 이거 해도 돼요?”라고 물으면 “어, 해도 돼. 다음에도 그건 네가 하고 싶으면 해도 돼”라고 반응해 줘야 한다. 그런데 반응이 늘 뜨뜻미지근한 사람은 좋을 때도 시큰둥하고, 나쁠 때도 시큰둥하다. 표정 변화가 별로 없고 반응의 차이가 없다. 이러면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준이 안 생긴다.
나는 진료실에 아이들이 마시도록 주스 한 잔을 놓아두곤 한다. 그러면 어떤 아이는 묻는다. “원장님, 이거 마셔도 돼요?” 그러면 “원장님이 네 앞에 둔 주스는 너 마시라고 준 거야. 마음대로 마셔도 돼. 더 마셔도 되고, 먹기 싫으면 남겨도 돼. 다음에도 그렇게 해”라고 말해준다. 이렇게 말해주어야 기준이 생긴다. 그렇게 말해줬는데도 “더 먹어도 돼요?”라고 또 묻는 아이도 있다. 그러면 “아까 원장님이 뭐라고 했을까?”라고 물어준다. 아이는 금세 이전 말을 기억하여 “더 먹어도 된다고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환하게 웃으면서 “오케이∼”라고 해준다. 아이에게 되묻고 대답해주는 이유는, 아이가 자기가 내린 결정을 상대방으로부터 수용받는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집에서도 비슷하게 반응하면 된다. 아이가 “엄마, 나 물 마셔도 돼요?”라고 물으면 “넌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준다. 아이가 “목마르면 마셔야지!”라고 대답하면 “바로 그거지. 물어볼 필요가 없지”라고 해주면 된다. “어, 마셔”라고만 하면 엄마가 결정하고 끝나버리는 것이 된다. 하지만 아이에게 다시 묻고 대답하게 하면 아이가 자기 행동을 결정한 것이 된다. 이런 식으로 아이가 해도 되는 일은 아이가 최종 결정자가 될 수 있도록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독립심과 책임감, 자기 주도성이 자란다.
유아기에도 아이가 굳이 부모와 의논하지 않아도 되는 사소한 일들이 있다. 그런 것은 “네가 알아서 결정하면 돼.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라고 말해준다. 옷을 고를 때도 아이가 “이것 입을까? 저것 입을까?” 하면 “네 마음대로 해”라고 해준다. 만약 아이가 들고 있는 옷이 계절에 맞지 않는다면 “그건 오늘 날씨에는 추울 것 같은데?”라고 가볍게 제한을 둔다. 아이가 “난 이것 꼭 입을 거야!”라고 고집할 수 있다. 그럴 때 “너 그거 입고 가면 또 감기 걸려. 감기 걸리면 콧물 찔찔 나고, 열 펄펄 나고, 주사 많이 맞아야 해”라고 겁주지 말자. 이런 일이 잦아지면 어린아이일수록 움츠러들어서 뭔가를 결정하는 데 확신을 갖지 못할 수 있다.
아이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겠다고 우기면 “그러면 카디건 하나 넣어 가자. 추우면 꺼내 입어”라고 해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자신이 내린 결정이 수용되는 경험과 함께 제한을 두는 경험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제한이 자신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임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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