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이 밝을수록 별은 사라진다[이정향의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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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쓰레기로 뒤덮였다.
5년간 유람선 안에서 휴양을 즐기다 오면 지구가 깨끗이 청소되어 있을 거란다.
모두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난다.
이제 지구엔 월(WALL)-E라는 청소 로봇들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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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 시스템이 발달하는데도 오히려 고지서들의 계산 오류가 잦다. 내 경우엔 다 초과 부과였다. 수작업 시절이었다면 “죄송합니다. 저희 쪽 실수입니다” 했을 텐데 요즘은 “입력할 때 오류가 있었네요. 전산상의 실수입니다” 식이다. 기계와 일을 나눴기에 잘못도 사이좋게 나눈다. 얼마 전, 우체국 은행 창구에서 돈을 찾았다.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세었는데 만 원 한 장이 부족했다. 금고에 들어가기 전에 기계로 세어놓은 터라 절대 틀릴 리 없다며 창구 직원은 나를 의심했다. 나를 찍은 보안 카메라들을 30분 넘게 확인한 후에야 만 원 한 장을 내밀었다. 사과의 말 대신 “기계는 절대 안 틀리는데…”만 반복했다. 내 양심보다 기계를 더 믿는 그녀 앞에서 만 원을 받는 내 손이 초라했다.
손 글씨로 ‘아름다운’이란 단어를 쓸 때면 마음마저 둥글둥글 부드러워진다. ‘분노’라고 쓸 때는 나쁜 기분이 지글거리며 치솟는다. 동네 병원의 연로한 의사는 지금도 손으로 차트를 쓴다. 환자가 10년 만에 와도 손으로 쓴 차트를 보면 10년 전의 상황이 기억난단다. 초등학교 때 쓴 일기장을 발견했을 때, 고사리 손으로 삐뚤삐뚤 쓴 글씨를 보면 말로 표현 못 할 감흥이 인다. 하지만 컴퓨터에 저장된 일기라면 이런 기분이 들까? ‘저 때는 문장력이 형편없었구나.’ 이런 생각부터 하느라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이 안 보일 거다. 기계에 의지할수록 마음속 무언가가 사라져 간다.
이정향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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