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고 울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331〉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뭔가를 읽거나 보고 들을 때 울컥할 때가 있다.
"시를 읽고 운 적이 있던 때를 기억한다." 그리고 무명 시인을 제외한 시인들의 이름을 각주에 열거한다.
그러면서 베개가 젖을 때까지 울고 나면 일어나 웃을 수 있는 법이라며 "마지막 울음 속에/웃음[행복]이 숨어 있[었]다"라고 했던 골웨이 키넬의 지혜, 그리고 "이 세상에 아직 희망을 간직한 사람이 많은 것이/자신이 희망하는 것"이라고 했던 벤저민 스바냐의 말에 자신의 마음을 슬며시 싣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열다섯 시인들의 시구를 하나하나 인용하고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인다. “시를 읽고 운 적이 있던 때를 기억한다.” 그리고 무명 시인을 제외한 시인들의 이름을 각주에 열거한다. 각주도 시의 일부분인 셈이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이 시는 “인용의 모자이크”다.
시인이 왜 울었는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때로는 위로가 돼서, 때로는 깊은 인간애에 감동해서, 때로는 실존에 대한 깊은 성찰에 공감해서 그랬을지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오래된 상처까지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던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말은 따뜻하다. 무너지고 부서진 마음까지도 사랑하는 것이 진짜 사랑일 테니까. 그리고 “상처 입은 사슴이 가장 높이 뛴다”고 했던 에밀리 디킨슨의 말은 어떠한가. 사실 그것은 디킨슨의 말이 아니라 그녀가 사냥꾼에게서 들은 말이다. 총 맞은 사슴을 상상해 보라. 그 순간에 사슴은 생명으로 가장 충만한 실존이 아닐까. 이처럼 존재의 핵심을 파고드는 시인들의 말에 공감하지 않기는 힘들다.
예민한 시인은 그러한 시들을 읽고 운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베개가 젖을 때까지 울고 나면 일어나 웃을 수 있는 법이라며 “마지막 울음 속에/웃음[행복]이 숨어 있[었]다”라고 했던 골웨이 키넬의 지혜, 그리고 “이 세상에 아직 희망을 간직한 사람이 많은 것이/자신이 희망하는 것”이라고 했던 벤저민 스바냐의 말에 자신의 마음을 슬며시 싣는다. 삶이 아무리 팍팍해도 울음 끝에 웃음이 있고 절망 끝에 희망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이처럼 ‘기억한다’라는 제목의 시는 다른 시인들에게 한껏 기대는 “인용의 모자이크”다.
그런데 언제 우리가 시를 읽고 운 적이 있던가.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친윤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해야”…金 “사퇴 생각 없다”
- 尹 “같이 가자” 한동훈 “자리 있습니까”…‘봉합 열차‘ 탑승
-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정치적 갈등일까, 인간적 손절일까?[중립기어 라이브]
- [단독]檢, ‘경찰 인사 청탁 의혹’ 현직 치안감 구속영장 청구
- 이재명, 35일 만에 열린 대장동 재판서 중도 퇴정
- ‘북극 냉기’에 전국 한파-폭설-강풍…제주 항공편 무더기 결항
- 갑자기 말이 어눌해 지고, 얼굴에 마비 증세가…
- [속보]셀린 송 감독 ‘패스트 라이브즈’ 아카데미 작품·각본상 후보
- “희망퇴직 위해 임금 반납하라”…직원들 “한전 망했다” 부글
- 행안부, 서천특화시장 화재 피해 복구에 특교세 20억 원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