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총선용 퍼주기 경쟁으론 출산율 못 올린다[기고/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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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저출생이 표가 되는 세상이다.
여당은 부총리급 '인구부'를 창설하자고 내세웠는데, 본인들도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패싱하고 정책을 발표하는 마당에 인구부가 얼마나 힘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출산·저출생 문제를 몇몇 정책 영역에서 돈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지난 20년간 흐름이었다.
저출산·저출생을 핑계로 매표하는 정치인들을 퇴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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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저출산 관련 근본적인 화두를 던지면 당장 표가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을 좀 아는 독일의 한 석학이 그랬다.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 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정치인들이 나와야 한다. 무수히 많은 정책의 퍼즐 조각을 모아서 희망의 완성된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쏟아져 나오는 저출생 대책은 경로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산 장려 대상이 여성에서 청년으로 바뀌었고 조금 주던 현금을 더 많이 주는 정도다. ‘총선맞이 매표 행위’일 뿐이다. 저출산·저출생 문제를 몇몇 정책 영역에서 돈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지난 20년간 흐름이었다. 그 결과가 합계출산율 0.7명, 출생아 수 20만 명 시대이다.
육아휴직이 아니라 가족친화 기업경영이라는 대혁신이 필요하고 경제계와 노동계가 주체가 되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돈 주면 싫어하는 부모들 없겠지만, 부모들이 노동자로서 일·가정 양립을 할 수 있도록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환경 자체를 바꾸는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데 두 거대 정당이 모두 퍼주기 경쟁만을 시작했다.
우리는 압축적 근대화,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 가부장적 가족문화, 수도권 집중 개발을 감수하는 정치적 합의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 결과가 지금의 초저출산·초저출생 현상이다. 이러한 결과를 몇몇 정책적 변화로써 바꿀 수 없다. 많은 정책의 퍼즐 조각을 맞춰 정치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당장 기성세대는 저출산·저출생을 심각하게 보지만 청년세대는 그렇지 않다. 두 세대가 그리는 한국의 미래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몸이 병든 환자 대한민국을 링거 같은 몇몇 정책으로 건강하게 만들 수 없다. 다양해진 사회구성원의 욕구와 저출산 요인, 그리고 다양한 해법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가야 한다. 현금 퍼주기 경쟁을 하는 국회의원 후보나 정당이 아니라, 그러한 희망과 비전을 줄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출산율 숫자에 연연하는 정치꾼들은 얼마든지 있다. 공공선을 위해 일하는 좋은 정치인들을 많이 키워야 한다. 저출산·저출생을 핑계로 매표하는 정치인들을 퇴출해야 한다. 좋은 정치인은 우리가 만든다. 나쁜 정치인도 우리가 만든다. 좋은 우리가 좋은 정치인이 많이 나오게 하여 공포를 희망으로 바꾸어 보자.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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