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팔 조기·문어 10배 들여놨는데...” 서천 시장 상인들 망연자실

김석모 기자 2024. 1. 2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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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된 시장, 2시간 만에 잿더미로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서 지난 22일 밤 10시 50분쯤 큰불이 났다. 2층짜리 건물 2개 동에 있는 점포 227곳이 모두 타버렸다. 상인들은 “설 대목을 앞두고 준비해둔 수산물이 재가 돼 버렸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사진은 화재로 잿더미가 된 서천수산물특화시장의 모습./연합뉴스

“다 탔슈…. 봐유, 건질 게 있는지.”

23일 오전 10시 30분쯤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밤새 화재로 시장은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이었다. 철제 구조물은 엿가락처럼 휘어 있고, 내부는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펄펄 눈이 내리는 바닥에 주저앉은 상인 신창희(61)씨는 “전날 밤 수산물 배달부가 ‘불이다’ 하고 전화가 와 2분 만에 달려 나왔는데 이미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면서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1층에서 수산물 판매점을, 2층에서 횟집을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신씨는 “설 대목을 앞두고 준비해둔 수산물만 7000만원어치가 넘는다”며 “불에 탄 시설까지 포함하면 1억원 넘게 피해를 본 것 같다.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지난 22일 밤 10시 50분쯤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서 큰불이 났다. 설 연휴가 3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산물동 1층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옮겨붙었고, 2층짜리 건물 2개 동의 점포 227곳을 몽땅 태웠다. 김영배 서천소방서장은 “샌드위치 패널로 된 외벽에 막혀 소방수가 내부로 침투되지 않고, 강풍까지 불어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인근 농산물 판매장까지 번지지 않도록 겨우 막았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불은 11시 8분쯤 시장에 설치된 ‘자동화재속보설비’를 통해 119에 신고됐다. 소방 당국은 소방 인력 401명과 장비 45대를 동원해 2시간여 만인 새벽 1시 15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불은 오전 7시 55분이 돼서야 완진됐다.

이곳 상인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상인회 사무실 앞에 모여 발만 동동 굴렀다. 대를 이어 50년 동안 수산물을 판매해온 최모(49)씨는 “조기나 문어 등 제수용 수산물을 평소보다 5~10배 들여놨는데 홀라당 태워 버렸다”며 “택배 주문도 많을 때인데 정말 망했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상인은 “코로나 때 장사가 안 돼 소상공인 대출 5000만원을 받아서 겨우 버틴 상인이 많다”며 “이제 좀 장사가 되나 싶었는데...” 하며 울먹였다. 수산물 도매업자 김모(37)씨는 “외상으로 준 수산물만 3억원이 넘는데 이제 외상값도 못 받게 됐다”며 “홍원항이나 장항항 등 주변 항구의 수산물 판로도 다 막히게 생겼다”고 했다.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이 속속 도착하자 상인들은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일부 상인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며 울부짖었고, 몇몇은 “구체적인 보상과 복구 대책을 밝히고 가라”며 고함치기도 했다. 오일환 상인회장은 “정확한 피해 집계는 아직 어렵다. 상인들도 모두 정신적으로 충격받은 상태다”라고 했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화재 현장 인근에 70억원을 들여 임시 시장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재해구호기금을 투입해 당장 피해 상가당 200만원씩 구호비를 지급하겠다”며 “임시 시장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행안부는 이날 피해 복구를 위해 서천군에 특별교부세 2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천수산물특화시장은 서천읍에 있던 전통시장을 없애고, 2004년 9월 지금의 자리에 현대식으로 지어 개장했다. 지상 2층짜리 건물 6동에 연면적 7033㎡ 규모로, 292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수산물은 물론 농산물과 각종 잡화도 팔아 서천을 찾는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는 곳이다. 연간 100만명이 다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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