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시위? 기업가가 그런 거에 굴하겠냐”…한파 뚫고 돌아온 MB

김희수 기자(heat@mk.co.kr), 정상봉 기자(jung.sangbong@mk.co.kr) 2024. 1. 2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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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아침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한파를 뚫고 온 230여 명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 회의장이 가득찼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광화문에서 광우병 사태 관련 수십만 명이 모이는 등 시위가 빈번했다"며 "진보 진영에서는 기업 하던 사람이라 흔들면 금방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오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기업인들과도 연락 못 하고 칩거했으나 이것 역시 잘못했습니다·감사합니다 두 마디로 극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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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조찬회 연사나선 이명박 前대통령
기업가 후배들 만석에 45분간 ‘열정연설’
“한국 기업인, 수천개 강 건너 위기 극복
그간 연락도 없이 칩거…미안하고 감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무역협회 조찬회에 참석해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무역협회]
23일 아침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한파를 뚫고 온 230여 명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 회의장이 가득찼다. 한쪽에서는 현장에서 참석을 신청한 CEO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협회 관계자는 “매달 있는 무역협회 CEO 조찬회가 이 정도로 붐비는 경우는 오랜만”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연설을 들으려는 수요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간단한 조찬이 끝난 뒤 기업인 선배격인 이 전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섰다. 그는 “특별 연사라기보다는 기업인들에게 인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정치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으로서 기업인이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감 덕분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말을 시작했다.

이어지는 연설은 기업가 선배가 후배들에게 덕담을 건네듯 간단한 농담을 섞어가며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광화문에서 광우병 사태 관련 수십만 명이 모이는 등 시위가 빈번했다”며 “진보 진영에서는 기업 하던 사람이라 흔들면 금방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오판이었다”고 말했다. 계속해 “기업가가 그런 것에 굴하겠습니까”라고 되물었고 참석자로부터 박수를 끌어냈다.

과거 재임 당시 일화도 언급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으로 잘 극복해서 사람들이 생각보다 기억을 하지 못한다”며 “당시 주변에서 많은 정치인들은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가 다시 살려야 국민들이 알아준다고 조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와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 경제는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한번 거꾸러지면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비상한 각오로 임했다”고 강조했다.

공급망 갈등 등 험난한 대외환경에 대해서는 국가 원로로서 청중의 기운을 북돋았다. 이 전 대통령은 “오늘날에도 대외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우리 기업인들이 수백 개의 산을 넘고 수천 개의 강을 건너면서 위기를 극복해 낼 것으로 믿고 있다”며 “특히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젊은 기업인들이 가장 빠르게 적응해 대한민국 경제의 도약을 이끌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연설 말미 최근 마음가짐을 술회했다. 그는 “지난해 1년간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기로 스스로를 다스렸다”며 “80년 생애를 사는 동안 알게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있었을 텐데 잘못했습니다·감사합니다 두 마디가 인간관계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기업인들과도 연락 못 하고 칩거했으나 이것 역시 잘못했습니다·감사합니다 두 마디로 극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의 특별연설은 당초 기획된 10분을 크게 넘겨 45분간 계속됐다. 그는 일정을 마치고 복귀하는 걸음에서 만난 매일경제 기자가 국가 경제 전망을 묻자 “경제 희망있다”며 “우리 한국인은 위기 때 강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과의 인연으로 조찬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우리 수출은 1년여 간 지속된 부진을 털고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도 선진국의 성장세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될 전망인 만큼 수출 우상향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행사 후 이동하는 와중에 매일경제 기자가 연임 여부에 대해 묻자 “나이가 들어 국가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연임은 내가 언급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21년 2월부터 3년 임기로 무협 회장직을 맡고 있다. 취임 후 줄곧 보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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