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철새 쉼터…‘천수만 모래톱’ 어쩌나
[앵커]
충남 천수만 일대는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모래톱이 있어서 천연기념물, 흑두루미가 찾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가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상기후로 이 모래톱이 물에 잠기면서 철새들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정재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찬 눈보라 사이로 흑두루미가 무리를 지어 비상합니다.
검은 몸통에 흰 목덜미, 짙은색 안경을 쓴 것 같은 특유의 무늬까지.
러시아에서 남하해 천수만을 찾은 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 떼가 장관을 이룹니다.
이곳 천수만에 월동하기 위해 모인 흑두루미는 모두 1,500여 마리에 달합니다.
그런데 흑두루미를 비롯해 기러기와 가창오리 등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모래톱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최근 잦은 폭설과 강우로 많은 양의 담수가 천수만 간월호로 흘러들면서 모래톱이 수면 아래로 잠긴 겁니다.
[한성우/서산버드랜드 조류학 박사 : "천적인 삵이나 너구리로부터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인데, 여기가 소실됨으로 인해서 천적의 위험에 노출되고..."]
모래톱이 자취를 감추면서 철새를 관찰하는 탐조대도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간월호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는 농업 용수 확보를 위해 모래톱이 드러날 정도까지 수위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박병순/한국농어촌공사 천수만시설부장 :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기 때문에 농업용수 확보가 첫 번째고요. 하지만 철새라는 환경적인 측면도 고려..."]
전세계 흑두루미의 60% 가량이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상황.
빈발하는 조류인플루엔자에다 서식지인 모래톱마저 실종되면서 천수만에서 겨울 진객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될까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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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jjh11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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