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섭 TCS 사무총장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상반기 중 한국서 개최 예상” [세계초대석]
중국은 3국 협력을 ‘외교적 자산’으로 여겨
중국 양회·한국 총선 감안해도 상반기 열릴 것
과거사 문제는 3국 협력 가장 큰 걸림돌
중장기적으로 인식차 좁혀 불신 줄여야
청년 교류사업 등 미래세대 간 소통 중요
2011년 출발 TCS, 3국 협력 플랫폼 안착
몽골 조림사업 등 환경 공조 가시적 성과
성숙되면 동북아 안보협력 마중물 될 수도
TCS는 3국 협력 제도화를 위해 2011년 서울에 만들어진 국제기구다. 3국 정부가 파견한 외교관 등 공무원들이 운영을 책임지는 가운데 공채로 뽑은 3국 국적 직원들이 실무를 맡는 구조다. 공용어는 영어이나 같은 한자 문화권이다 보니 어쩌다 회식이라도 하게 되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TCS 사무실에서 이 사무총장과 만나 한·일·중 정상회의, 그리고 3국 협력의 미래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개최 전망은.
“코로나19로 물리적 개최가 어려웠고 양자관계 영향도 일부 있었다. 국내에선 한·중 관계만 생각하지만 그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 등 중·일 관계 역시 좋지만은 않았다.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지난해 11월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 간에 ‘상호 편리한 빠른 시기’에 개최하자고 했고, 각국의 여러 일정을 감안할 때 올해 상반기 중엔 개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3국 정상회의에 한·일과 달리 중국은 ‘2인자’인 총리가 참석하는데.
“한·일·중 정상회의는 원래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성사된 3국의 비공식 조찬 모임에서 비롯했다. 당시 중국 측 참석자는 주룽지(朱鎔基) 총리였고 한·일·중 정상회의에 줄곧 중국 총리가 참석해왔다.”
“한·중·일 협력이 지난 20여년간 양자관계의 기복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양적 성장을 이룬 것은 3국 협력의 최정점에 있는 3국 정상회의를 통한 정치적 합의와 결단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여기에 정상회의가 개최되지 못하는 중에도 3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TCS가 협력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3국 협력의 정상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것도 큰 기여를 했다. 이제는 3국 협력의 플랫폼으로 어느 정도 자리매김 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
―한·미·일 대(對) 북·중·러 대립 구도가 심화하는 이른바 ‘신(新)냉전’ 시대에 한·중·일 협력이 갖는 의미는.
“한·중·일 3국이 그간 정상회의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정상회의 결과 문서로서 대내외에 천명해 온 것의 의미가 작지 않다. 장기적으로 한·중·일 협력이 제도화의 단계로 성숙되면 동북아에서 다자 안보협력의 틀이 조성되는 데 있어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동북아가 북·중·러 대 한·미·일 대립 구도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한·중·일 어느 국가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3국 협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역시 과거사 문제다.
“역사 인식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일 3국이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한·일 간(2003~2005년, 2007~2009년)은 물론 중·일 간(2006~2009년)에도 정부 차원에서 공동 연구를 한 적이 있다. 한·중 간에는 민간 차원에서 공동 연구를 했다. 한·중·일 3국 간에도 마찬가지였고 공동의 역사 교재까지 발간했다. 다만 역사 인식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인식차를 좁혀 나가며 상호 불신을 줄여야 한다.”
3국 국민이 역사 문제 등으로 인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가 특히 그렇다. 그러나 TCS가 2018년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한·중·일이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3국 평균 86%로 집계됐다. 이 사무총장은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외부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심화하고, 이것이 폐쇄적 내셔널리즘(민족주의)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는 정보 비대칭이 서로 간에 오해와 불신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한 그는 TCS의 ‘캠퍼스 아시아’ 등 3국 청년 교류사업 등을 소개하며 미래 세대 간 소통과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협력의 가시적 성과가 있다면.
“디지털·통상 규범 마련, 사이버 보안, 수소·탄소 포집 저장 등 청정에너지 전환 산업의 해외 투자, 기후변화의 기술적 분야는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공동 대응 등도 협력할 부분이 많다. 고령화로 인한 실버 산업과 디지털 의료 산업 등에서 정보 공유와 협력의 여지도 적지 않다. 특히 자유무역과 세계화로 경제성장을 이룩해 온 한·중·일 3국은 자유무역 체제 수호를 위해서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다자 지역협력이 퇴보하는 추세 속에 한·중·일 협력은 존속할 수 있을까.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로 시작한 유럽연합(EU)도 1970년대까지 상황이 비슷했다. 경제협력에서 출발해 경제·사회적 협력이 꾸준히 심화하고 상호 신뢰가 쌓이며 1990년대 들어서야 정치·안보 분야 협력이 본격적으로 진전됐다. 현재의 EU를 보면서 어떻게 동북아가 EU처럼 될 수 있겠는가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한·중·일 3국이 안고 있는 제반 어려운 상황에 집중한다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TCS가 2011년 설립된 지 이제 겨우 12년이 넘었다. 인내심을 갖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면 안 된다.”
▲1962년 대구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7년 외무고시 합격 ▲주일본 대사관 1등서기관 ▲주방글라데시 대사관 참사관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외교부 동북아1과장 ▲대통령비서실 외교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국가안보실 정책조정선임행정관 ▲주일 대사관 공사 ▲주후쿠오카 총영사관 총영사
대담=김태훈 외교안보부장, 정리=홍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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