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당했다” 112 신고 미출동…유족 ‘3억 원대’ 소송
[KBS 광주][앵커]
남자친구가 운전하던 차에 갇힌 여성이 112로 신고해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사망 사고로 이어진 사건이 있습니다.
경찰은 신고 내용이 긴급하지 않다고 보고 출동 지령도 내리지 않았던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김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2022년 11월 18일 새벽 호남고속도로 비아버스정류장 부근 편도 2차선 도로.
30대 여성인 장 모 씨가 고속도로를 달리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장씨는 당시 남자친구가 자신을 차에 태운 뒤 갑자기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실랑이를 벌였고, 갓길에 잠시 정차한 사이 차에서 빠져나와 이동하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피해자는 이곳에서 사고가 나기 한 시간 반 전 112에 신고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장씨가 "차량 조수석에 납치돼 있다"며 출동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오지 않아도 된다," "여자친구가 술에 취했다"는 남자친구의 말만 듣고 출동 지령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112 신고 처리 규칙은 긴급성에 따라 5단계로 분류됩니다.
경찰은 장씨의 신고 내용이 단순 민원이나 상담 신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가장 낮은 단계인 '코드4'로 분류한 겁니다.
신고를 취소할 것인지 본인에게 확인하는 과정도 없었습니다.
결국 장씨는 경찰이 출동하지 않자 지나가던 택시에 도움을 요청했고, 택시기사의 신고로 뒤늦게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습니다.
경찰은 당시 허위나 오인 신고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사실은 남자친구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검찰도 기소 과정에서 경찰의 112 신고 처리를 문제삼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정규/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심야였고, 여성이었고, 이동하는 상황에서 범죄 피해 신고였기 때문에 '코드4'로 인식한 것은 너무나 현실과 맞지 않은 대응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숨진 장씨의 유족은 112 신고가 묵살돼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 원 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KBS 뉴스 김호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김호 기자 (k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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