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날씨에도 밤새 염원한 이태원 특별법
1만5900배 하며 통과 기도
“159개의 영정을 하나씩 봐가며 절을 했습니다. 부디 특별법이 통과되길 바라며 기도했어요.”
서울 체감온도가 영하 21도까지 떨어진 23일 새벽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 고 정주희씨의 아버지 정해문씨(64)가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바닥의 현수막을 고정하려고 올려둔 생수병이 하얗게 얼 정도의 강추위에도 정씨는 범종소리에 맞춰 절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며 밤새 희생자 159명을 뜻하는 1만5900번의 절을 했다. 100배씩 릴레이로 전날 오후 1시59분쯤부터 시작된 철야행동은 이날 오전 9시25분쯤에야 끝이 났다.
고 임종원씨의 아버지 임익철씨(68)는 영정을 보고 절하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고 절을 이어갔다. 그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너무 슬프다”며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이렇게 호소하는 건,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라서”라고 했다.
유가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다고 했다. 정씨는 “합법적으로 통과된 법안에 거부권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배신감이 크다”고 말했다.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 박영수씨는 “그래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하면서 아이들의 영정을 봤는데,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슬플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는 버려진 사람인가 싶어 억울하고 속상하다 못해 비참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9시5분쯤부터 유가족과 시민 17명은 마지막 100배를 영정 앞에 올렸다. 이미 자정에 1만4000배를 채웠지만, 절을 멈추지 않아 총 2만2400배의 절(연인원 224명)이 모였다.
고 문효균씨의 아버지 문성철씨는 마무리 발언에서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면서 “즐거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앞으로 아이를 못 볼 것을 생각하니 계속 눈물이 났다”고 했다. 문씨는 희생자 159명에게 “너희는 좋은 곳으로 가라”며 “남아 있는 삶은 부모가 투쟁하면서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김덕진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대외협력팀장은 마지막 100배를 앞두고 “(안건에 상정하지 않은 것은) 일주일 뒤로 미루지 않고 공포하기 위한 절차이길 믿는 마음으로 절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용산 대통령실에 마음이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100배를 올리며 철야행동을 마무리했다.
전지현·오동욱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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