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로 변한 서천시장…상인들 “곧 설인데 막막”

강정의 기자 2024. 1. 2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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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개 점포 중 227개 ‘전소’
“식자재 날려…대출 어쩌나”
“5년 전에도 전선 뒤엉켜 불”
당국 관리 부실 ‘인재’ 지적
검은 시장 위에 쌓이는 햐얀 눈 지난 22일 오후 11시경 시작된 불로 점포 227개를 태우고 9시간 만에 진화된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에서 23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서천 | 성동훈 기자

“5년 전에 이어 또다시 시장에 불이 났네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여, 인재.”

23일 오전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농산물동 앞에서 만난 임모씨(40대)는 불에 탄 수산동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농산물동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그의 곁에는 상인 20여명이 모여 근심에 빠져있었다.

농산물동은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임씨는 “건물 전체에 전깃줄이 마구 뒤엉켜 있었던 만큼 언젠가는 큰 화재로 이어지진 않을까 우려해왔다”면서 “화재로 인해 농산물동으로 이어지는 전기가 모두 끊겨 냉장고 전원이 나갔다. 수산물과 채소 등이 보관돼 있는데 모두 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불이 난 시장 건물 벽면에는 전깃줄이 마구 뒤엉켜 있는가 하면 실외기가 질서 없이 여기저기 설치돼 있었다.

불이 난 수산동에서 10여년간 경비일을 해온 A씨는 “약 5년 전에도 시장 내부 수족관 근처에서 불이 나 보수공사를 한 적이 있었다”며 “다행히 그때는 즉시 119에 신고해 화를 면했지만 이번에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탓인지 모두 타버리고 말았다”고 했다.

서천특화시장 고객지원센터 건물에 모인 수산동 등 상인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로 지인들과 통화하며 “다 타버렸어”라고 한탄했다. 인근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 때문에 불에 탄 건물을 바라보고 있는 상인과 주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수산동 건물에서 수산물을 팔아온 50대 B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장사가 안 돼 소상공인 대출을 2억5000만원까지 받았다”면서 “매달 이자만 20만~30만원을 내야 하는데,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수산동 건물 2층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60대 C씨도 “설 대목을 앞둔 만큼 식재료를 대량으로 주문해놨는데, 보상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장 인근을 지나던 주민 김모씨(80)는 “전북 군산에서도 상인들이 찾아와 장사를 할 정도로 지역에서는 규모가 큰 시장인데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8분쯤 발생한 화재로 시장 내 점포 292개 중 수산동과 일반동, 식당동에 있는 점포 227개가 전소됐다. 농산물동과 먹거리동은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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