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로 변한 서천시장…상인들 “곧 설인데 막막”
“식자재 날려…대출 어쩌나”
“5년 전에도 전선 뒤엉켜 불”
당국 관리 부실 ‘인재’ 지적
“5년 전에 이어 또다시 시장에 불이 났네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여, 인재.”
23일 오전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농산물동 앞에서 만난 임모씨(40대)는 불에 탄 수산동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농산물동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그의 곁에는 상인 20여명이 모여 근심에 빠져있었다.
농산물동은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임씨는 “건물 전체에 전깃줄이 마구 뒤엉켜 있었던 만큼 언젠가는 큰 화재로 이어지진 않을까 우려해왔다”면서 “화재로 인해 농산물동으로 이어지는 전기가 모두 끊겨 냉장고 전원이 나갔다. 수산물과 채소 등이 보관돼 있는데 모두 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불이 난 시장 건물 벽면에는 전깃줄이 마구 뒤엉켜 있는가 하면 실외기가 질서 없이 여기저기 설치돼 있었다.
불이 난 수산동에서 10여년간 경비일을 해온 A씨는 “약 5년 전에도 시장 내부 수족관 근처에서 불이 나 보수공사를 한 적이 있었다”며 “다행히 그때는 즉시 119에 신고해 화를 면했지만 이번에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탓인지 모두 타버리고 말았다”고 했다.
서천특화시장 고객지원센터 건물에 모인 수산동 등 상인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로 지인들과 통화하며 “다 타버렸어”라고 한탄했다. 인근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 때문에 불에 탄 건물을 바라보고 있는 상인과 주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수산동 건물에서 수산물을 팔아온 50대 B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장사가 안 돼 소상공인 대출을 2억5000만원까지 받았다”면서 “매달 이자만 20만~30만원을 내야 하는데,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수산동 건물 2층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60대 C씨도 “설 대목을 앞둔 만큼 식재료를 대량으로 주문해놨는데, 보상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장 인근을 지나던 주민 김모씨(80)는 “전북 군산에서도 상인들이 찾아와 장사를 할 정도로 지역에서는 규모가 큰 시장인데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8분쯤 발생한 화재로 시장 내 점포 292개 중 수산동과 일반동, 식당동에 있는 점포 227개가 전소됐다. 농산물동과 먹거리동은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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