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전개 갈등…원작자vs제작진, 진실공방

[Dispatch=정태윤기자] KBS-2TV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김한솔·서용수)을 둘러싼 원작자와 제작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고려거란전쟁' 측은 23일 "2020년 하반기 대하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던 전우성 PD의 기획에서 시작됐다"며 "당대에 유효한 시사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11세기 초 고려와 거란의 전쟁 시기에 주목했다. 당시 고려는 최대 패권국이던 거란을 꺾고 동아시아 전역에 200년간 평화와 번영의 시기를 열어냈다"고 설명했다. 

전 PD는 고려 황제 현종과 귀주대첩의 영웅 강감찬을 중심으로 거란과 전쟁 10년간의 이야기를 극화하기로 했다. 기획안을 작성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자료를 검토하던 중 길승수 작가의 소설 '고려거란전기'를 검토하게 됐다. 제작진은 지난 2022년 상반기 판권 획득 및 자문 계약을 맺었다. 

이정우 작가가 그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대본 집필에 돌입했다. 이 작가는 소설을 검토한 후 드라마 이야기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1회부터 지금까지 소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선보이게 됐다. 다만,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전쟁 장면 및 전투 장면의 디테일을 '고려거란전기'에서 참조했다. 

제작진은 "전 감독은 조경란 박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자문팀을 꾸렸다"며 "이 작가는 1회부터 스토리 라인 및 신별 디테일까지 자문팀의 의견을 수렴해 대본을 집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원작자 길승수 작가의 "자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길 작가는 지난 15일 드라마 전개에 대해 불만을 토했다. 

길 작가는 현종을 '금쪽이'로 묘사했다는 지적에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문도 충분히 받고 극본을 썼어야 했는데 안 됐다"며 "극본 작가가 일부러 원작을 피해 자기 작품을 쓰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16회까지는 그래도 원작 테두리에 있었는데 17회부터는 완전히 자기 작품을 쓰고 있다. 극본 작가 본인의 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길 작가는 KBS 입장에 다시 한번 목소리를 냈다. "KBS에서 해명 보도를 냈더라. 웃기지도 않다"며 "전 감독이 먼저 내부적인 진행 상황을 공개했으니, 나도 이제는 부담 없이 공개하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난 2022년 6월 처음 참여했을 때, 확실히 내 소설과 다른 방향성이 있었다.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이 돼 현종과 대립하며 침공도 불러들이는 스토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화들짝 놀라 전작 '천추태후'도 있는데, 그런 역사 왜곡의 방향으로 가면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천추태후는 포기됐는데, 결국 그 이야기가 원정왕후를 통해 살아남았더라"고 덧붙였다. 

<사진출처=KB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