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든 저출생 정책서 소득기준 폐지… 시의회, 파격 제안

김주영 2024. 1. 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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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의장, 신년간담회서 밝혀
전국 최저 0.5명대 합계출산율에
“아이 낳는 일 ‘기회’로 반전해야”
신혼부부·출생 예정 가구에 혜택
공공임대 입주·전월세 이자 지원
아동수당 18세까지 10만원 추가
“연간 5000억원 소요, 마련 가능”

0.59명. 서울의 합계출산율(2022년 기준)이다. 국내 합계출산율 0.78명에도 미치지 못할 뿐더러 전국 17개 시·도 중 최저치다. 서울시의회가 이처럼 추락하는 합계출산율에 제동을 걸고자 모든 저출생 관련 정책에 소득제한 기준을 없애는 등 파격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23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의 최대 위기는 저출생”이라며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서울형 저출생 극복모델’을 제안했다. 김 의장은 “이제부터라도 상식 파괴 수준의 파격으로 아이 낳는 일을 ‘부담’에서 ‘기회’로 반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행기관이 아닌 시의회 차원에서 저출생 대책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선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이고, 의회의 의지를 전달해 집행기관의 파격적 저출생 대책을 촉구하고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의회는 우선 서울 저출생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정책에서 소득기준을 없애는 방안을 시와 협의할 방침이다. 그간 공공임대주택 입주 가능 가구(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 이내·2인 가구 기준월 600만원), 전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 대상(연 소득 9700만원 이내), 서울형 아이돌봄비 지원 대상(중위소득 150% 이하·3인 가구 기준 월 약 660만원) 등이 되지 못했던 맞벌이 신혼부부 또는 자녀 출생 예정 가구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출생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시의회는 신혼·자녀 출생 예정인 약 1만4000가구가 소득과 상관 없이 시의 공공임대주택 지원정책을 누릴 수 있도록 시와 협의해 개선할 계획이다. 2022년 기준으로 자녀가 있는 서울 무주택 신혼부부 4만3810가구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공공임대의 경우 신혼·자녀 출생 예정 가구(또는 최근 1년 이내 자녀 출생 가구)를 대상으로 연평균 공급물량의 약 15∼20% 수준에 해당하는 연 4000호를 우선 배정할 생각이다.

23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시의회의 신년 간담회는 1991년 이후 33년만이다. 뉴스1
연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도 지원한다. 시의회는 한 자녀 가구엔 연 이율 2%, 두 자녀 가구엔 4%를 각각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세 자녀 이상 가구는 최소부담(연 1% 이율) 없이 대출이자 전액을 지원한다. 시의회는 공공임대·금융 지원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시 재원으로 우선 지원하고, 중앙정부에 기준 완화 등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임대주택 공급 입지와 관련해 김 의장은 “시가 공간 구상을 진행 중인 경희궁지 일대도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신혼부부나 자녀 출생 가구를 위한 주택이 지어지면 상징적 장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정동사거리 인근에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철거해 공원으로 만들고, 2035년까지 새문안로를 지하화해 돈의문을 복원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의회는 0∼8세에 지급되는 정부의 아동수당을 18세까지 월 10만원씩 추가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임산부 교통비 70만원, 부모급여 월 5만원 추가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지원은 2025년 이후 출생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시의회는 이를 통해 가시적으로 아이 한 명당 1억원 이상 지원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0∼8세까지 생애 주기 동안 정부와 시가 지원하는 최대액은 8600만원이다. 이 밖에도 김 의장은 시의회가 육아휴직 등 양육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앞장서겠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번 모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시와 사전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향후 시와 협의 과정에서 이견 조율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시의회가 가진) 입법권과 예산 심의·확정권을 통해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을 위한 예산은 연간 약 4400억∼49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시의회는 추산했다. 김 의장은 재원에 대해 “연간 최대 5000억원 정도 예산이 필요하다”며 “이 정도 예산은 시 예산 구조조정만으로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김 의장은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관련해선 “향후 여야 간 논의를 거쳐서 적절한 시점에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은 지난해 12월18일 서울행정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김 의장은 오는 6월부터 서울시 출연기관인 미디어재단 교통방송(TBS)에 시의 예산 지원이 끊기는 것을 두고는 “이젠 시청의 시간”이라며 “(민영화 추진으로) TBS는 더 큰 무대, 더 큰 광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는 1991년 서울시의회 재출범 이후 33년만에 처음 열렸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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