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신설·정원 확대…언제까지 눈치만 보나[정쟁 말고 정책]
경향신문·경실련 10대 총선 의제
의대 정원 동결·의료 인력 수도권 쏠림…지역 병원·의사 없어 거듭 환자 사망
일본 ‘자치의대’처럼 과감한 시행 필요…정부, 적극 개입해 의료 불균형 해소해야
최근 지역에 치료할 병원과 의사가 없어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거듭되고 있다. 20년 가까이 의대 정원을 동결하고, 의료인력의 수도권과 인기과 쏠림에 대비하지 못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우리나라 의사 부족과 불균형은 매우 심각하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과정에서 3500명에서 3058명으로 감축시켜, 활동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5명에 한참 못 미친다. 또한 인구의 고령화, 질병패턴의 변화, 감염병의 주기적 발생, 국민소득 증가 등으로 인구는 감소하지만 의료 이용량은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의료인력의 부족 심화는 지방소멸과 맞물려 지역의료 격차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2022년 경실련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5개 필수과목의 지역별 전문의 수와 의료기관 개설현황 실태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 의료자원의 지역별 격차가 컸고, 내과의 경우 지역 간 최대 4배(경북 7.34명, 서울 26.06명) 차이가 났다. 또한 2023년에는 높은 치료가능 사망률, 의사 부족, 공공병원 부족을 기준으로 선정된 의료취약지는 인천, 전남, 경북으로 나타났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국립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이었다. 그럼 이와 같은 지역별 의료격차의 원인은 무엇인가. 의사 인력 부족과 공공의료 취약성에 원인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보건의료가 생명과 직결되고 전 세계가 마비되는 팬데믹을 경험하였고, 공공보건의료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모두들 공감하였다. 하지만 의료인력과 공공의료 부족 문제가 개선되지 못한 채,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급증으로 지역 의료격차 문제는 날로 심화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민간의료 중심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기관 수 5.5%, 병상 수 9.6%로 공공의료 비중이 매우 낮고(통계청, 2022) OECD 국가 중에서도 공공의료 비중이 가장 낮은 나라이다(OECD, 2022). 우리나라 민간중심 의료시스템은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별 수가제도와 결합되어 국가재난 응급상황 대응에 취약하고, 도시와 농촌의 의료격차 심화, 필수의료 공백 등 치명적인 결함을 가져왔다. 행위별 수가제도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수익이 안 되는 공공의료에는 취약한 단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민간중심 의료체계로 지방에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시설 유지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본은 취약지에서 근무할 의사인력 양성을 위해 1972년 자치의대를 설립하였다. 자치의대 졸업 후 취약지에서 9년간 의무복무를 하게 되는데, 의무복무 후에도 약 68%의 높은 정착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특정 진료과목 및 지역 의사 편재 해소를 위해 1997년에는 지역정원제도를 시행하였는데 이 역시 87.8%로 높은 정착률을 보였다(2015년). 이처럼 일본이 지역의료인력 부족과 특정 진료과목 편재를 해결하기 위해 자치의과대학 설립과 지역정원제도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한 것은 주저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18년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의 공백과 대도시 의료자원 집중 등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공공보건의료 종합대책을 발표하였고, 2020년에는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으로 2022년부터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를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하나도 된 것이 없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9명이 의대 증원을 찬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는 의사단체는 의대 정원 확대 시 진료거부 등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고 정부는 눈치보기 급급한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모든 국민은 어느 지역에 살든 최소한의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 의료는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작동하지는 않는다. 의료는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것이기에 의사에게 독점적 진료권과 면허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공백과 불균형 등 의료 문제에 국가는 적극 개입해야 한다. 권역별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 최소 연 1000명 확대를 즉각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서 국가가 지역의료를 책임질 의사를 선발하고 양성하여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하는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국방·보훈·소방·경찰·교정 등 특수목적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 사명감을 가지고 보건의료를 담당할 공공의료인력을 국가가 직접 양성하고 의료취약지에 배치할 수 있는 공공의대 설립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송기민 한양대 교수·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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