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노동자도, 시장 상인들도 ‘잃어버린 주말’에 부글
“주말 연차, 눈치 보이기 일쑤”
마트 노·노 갈등 발생 등 우려
소상인은 “경쟁 어쩌나” 한숨
“정책 결정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 같은 마트 노동자한테 직접 물어본 적 있었나.”
정부가 지난 22일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전통시장 상인과 마트 노동자들이 “정부에 무시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트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의견도 듣지 않고 ‘대기업 중심’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서울 공덕역 인근 대형마트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안모씨(56)는 23일 “정책을 결정하는 누구도 우리 마트 노동자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며 “공휴일 의무휴업 원칙을 없애면 결국 노동자 휴식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롯데마트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장모씨(68)는 “두 아들이 ‘둘째 주·넷째 주는 엄마가 쉬는 날’이라며 일요일 저녁 시간을 꼭 비워둔다”면서 “평일에 쉬어도 가족과 밥을 먹지도, 함께 쉬지도 못한다”고 했다.
‘노·노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9년째 근무 중인 이모씨(59)는 “각자 일정이 다르고, 일하는 사람도 부족해 쉬고 싶은 주말에만 연차를 쓰는 것도 눈치 보이기 일쑤”라며 “마트에서 일하는 이들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들어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전통시장 소상공인들도 ‘전통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대형마트 의무휴업만 없애려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태원 영등포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참담하다”며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도록 시장에 어떤 지원들이 필요한지 논의조차 없었다”고 했다. 영등포시장에서 3대째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홍모씨(62)도 “주변에 대형마트가 많아 뺏기는 손님도 많아졌다”며 “지난 10년간 시장에 대한 지원책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영등포시장은 1.5㎞ 반경 안에 창고형 마트인 코스트코, 롯데마트맥스 등을 비롯해 총 5개 대형마트가 있다.
서울 공덕시장과 아현시장 상인들 반응도 비슷했다. 공덕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모씨(69)는 “공덕시장엔 주차장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도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대형마트를 살려 일자리가 늘어나야 경제가 산다고 하는데, 일자리는 늘어날지언정 소상공인은 죽어난다”고 했다. 아현시장에서 40년 넘게 상가를 꾸려온 박정환 상인회장(65)은 “전통시장은 주차, 매대, 간판 문제 등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다”면서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 의무휴업 폐지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전날 논평에서 “의무휴업제도가 유지되는 동안 골목상권을 위한 별도 육성·지원 대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했다”며 “정부가 이제 와서 의무휴업제도로 인한 골목상권 매출 증대 효과가 미미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오동욱·김송이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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